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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0점도 있다" 웃은 이재명…평가는 20명 뽑는 '인기투표'였다

중앙일보

입력

“동료 의원 평가, 그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자청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공천 논란을 언급하며 꺼낸 말이다. 이 대표는 “여러분이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며 순간적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어 “0점, 동료 의원들이 그렇게 평가한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 브리핑에서 동료 의원 평가를 언급하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사진 JTBC 캡처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 브리핑에서 동료 의원 평가를 언급하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사진 JTBC 캡처

이 발언은 당 공천 시스템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시스템에 따라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고르고 있다”며 “본인의 생각과 타인의 평가가 일치하지 않아 불평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날 언급한 ‘동료 의원 평가’는 지난해 11~12월 진행된 선출직 공직자 평가(총 1000점)의 세부 항목 중 하나로 90점을 차지하는 ‘다면 평가’를 가리킨다. 상임위, 의정활동, 당 기여도 등을 토대로 개별 의원이 민주당 동료 의원 20명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종의 인기 투표인 것이다. 과거에는 동료 의원 전체를 두고서 1~5점의 점수를 매겼다고 한다.

동료 의원 20명을 고르는 방식은 당의 선수 비율을 고려해 비례 2명, 초선 8명, 재선 6명, 3선 이상 4명을 고르게끔 했다. 가장 이름이 많이 나온 의원은 고득점을, 적게 언급된 의원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 의원 평가에는 의원 이외에 일부 보좌진과 당직자도 참여했다. 의원이 참여한 평가는 60%, 보좌진·당직자가 참여한 평가는 40%로 반영됐다. 야권 관계자는 “상대평가라 최하점이 0점은 아니지만, 상당히 낮은 점수”라며 “평가 하위 20% 의원 중 상당수가 다면 평가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23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뉴스1

2023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뉴스1

당내에서는 “다면 평가가 의정 활동과 무관한 계파 밀어주기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다면평가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친한 동료 이름 적기’에서 친명계는 똘똘 뭉쳐 자기 계파를 밀어주는 데 반해 흩어진 비명계는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친명 의원은 아예 다른 친명을 찾아가 서로 이름을 적자고 ‘품앗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면 평가를 두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옹호하지 않은 의원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뒷말도 많았다. 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은 “9월 말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가 있었고, 평가는 11월에 있었다”며 “우리 당에서 30명 정도는 가결표를 던졌고 이것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23일 MBC 라디오)고 말했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친명 지지층은 최소 30명의 이탈표가 발생했다며 ‘수박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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