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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병원이 제약사에 환자정보 유출…檢, 보완수사 요구

중앙일보

입력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김용식)는 최근 ‘종합병원 환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 요구했다. 당초 국수본이 2021년 12월 검찰에 송치한 사건으로 전공의 20여명을 포함한 전국 17개 종합병원 관계자들이 환자의 민감정보인 처방기록을 제약회사 영업직원 20여명에게 이메일·USB 등으로 유출했다는 게 골자다.

“병원, 개인정보 빼더라도 처방정보 줄 의무 없어”

27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과 의료진이 로비를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7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과 의료진이 로비를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수본은 2월 중순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제약사 영업직원들을 상대로 대질조사하는 등 보완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보완수사요구가 접수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일부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3월 중 도래하는 만큼 경찰은 내달 중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이 제약사 직원들이 병원 측 아이디·비밀번호를 이용해 처방전달시스템(OCS)에 접속하도록 한 뒤 처방정보를 직접 내려받거나 외부에 유출하는 걸 묵인했다고도 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지로 지목된 병원이 서울 외에도 전국에 산재한 만큼 검찰은 당초 병원 소재의 지검·지청에 사건을 배당했다. 이 때문에 현재 보완수사 요구 주체는 서울중앙지검 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완수사 요구 배경과 관련해 “강제수사 등 추가적인 기초조사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제외하더라도 병원 측이 제약사에 처방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는 만큼 대가성이 있는지도 초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리베이트(병원이 특정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해주고 약값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는 것) 관련 혐의가 배임수증재죄인 만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외의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관련해선 지난해 7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보호위)가 해당 병원들에 개선을 권고하고 총 648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한 바 있다. 당시 보호위가 언급한 환자정보 유출 기간은 1년 9개월(2018년 4월~2020년 1월), 유출 규모는 총 18만5271명분이다. 당시 과태료나 개선 권고를 받은 병원들은 서울·여의도·은평·의정부·부천 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건국대 충주병원,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세브란스 병원, 동탄·강남·한강 성심병원, 강북 삼성병원 등이다.

유출정보 리베이트 ‘밑작업’ 용도로…공조부 검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A제약사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며 공개한 A사의 병ㆍ의원에 대한 판촉계획. 병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보물지도'가 근거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A제약사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며 공개한 A사의 병ㆍ의원에 대한 판촉계획. 병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보물지도'가 근거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약사들은 관행적으로 병원 처방자료를 받아 자사의 영업실적을 측정·증빙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검찰은 제약사 측이 이 자료를 근거로 리베이트 대상 병원이나 향후 병원에게 제공할 경제적 이익을 산출한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산업감시과는 국내 A제약사가 자사 의약품의 처방 유지·증대를 위해 2014년 2월~2023년 10월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7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이 회사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용성진)가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고발하며 “(A제약사가) 병·의원의 기존 처방량을 근거로 만든 ‘보물지도’를 기초로 지원대상을 선정했다”며 “지원대상 의료인이 선호하는 판촉수단을 조합한 맞춤 프로그램이나 육성 품목을 다른 품목과 묶어 지원하는 번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강제하는 행위’로 금지돼있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병원에서 처방정보를 주지 않을 경우 제약사에선 병원 인근의 문전 약국으로부터 정보를 집계하는 실정”이라며 “개인적으론 항생제 사용량처럼 약제 처방량 정도만 공개돼도 불필요한 관행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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