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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낙동강 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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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낙동강은 한강·금강·영산강과 함께 우리나라 4대강 중 하나다. 지금처럼 도로와 철도 등 육상 교통망이 발달하기 이전 수천 년 동안 한반도 남쪽에서 해양과 대륙의 문명 교류를 잇는 젖줄 역할을 해와 ‘영남의 젖줄’로도 불린다.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었던 낙동강은 연합군의 최후 방어선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낙동강은 선거 때면 ‘낙동강 벨트’라는 말로 자주 변용된다. 낙동강 벨트는 부산 북·강서구와 사상구·사하구, 경남 김해·양산시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9개 선거구를 의미하는데 이곳에서 선거 때마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양산을에서 맞붙는 김태호·김두관(아래 사진) 의원. [연합뉴스]

양산을에서 맞붙는 김태호·김두관(아래 사진) 의원. [연합뉴스]

이곳은 과거 영남권 다른 지역구와 마찬가지로 보수정당이 우세했다. 하지만 김해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한 뒤 2009년 5월 서거하는 정치적 과정을 겪으면서 표심에 변화가 일었다. 양산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전 살았고, 퇴임 후에 거주하면서 현재 김해와 양산은 진보 진영의 성지로 여겨진다. 21대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 9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이 4곳, 더불어민주당이 5곳에서 승리한 배경이다. 여·야 모두 “방심하면 뺏긴다”는 위기의식이 그 어느 지역구보다 높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낙동강 벨트’는 전국 최대 격전지가 됐다. 최근 국민의힘이 서병수·김태호·조해진 등 굵직한 중진 의원들을 ‘낙동강 벨트’로 전진 배치하면서다. 이들은 모두 ‘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들의 지역구를 뒤로 한 채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지키고 있는 낙동강 전투 참전을 받아들였다.

양산을에서 맞붙는 김태호(위 사진)·김두관 의원. [뉴스1]

양산을에서 맞붙는 김태호(위 사진)·김두관 의원. [뉴스1]

이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과거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8전 7승’을 기록한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이 참전하는 양산을 선거구다. ‘이장 출신 금배지’ 신화를 앞세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지키고 있는 양산을에서 주목받는 중량급 여야 의원들의 정면 승부가 성사된 것이다. 이들 모두 경남도지사를 역임했다는 공통 이력도 있어 승패에 대한 전망은 벌써 관심사다.

이 외에도 양산갑은 현역인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과 민주당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김해을은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과 현역인 민주당 김정호 의원, 부산 북·강서갑은 부산시장을 지낸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과 재선의 전재수 의원, 부산 북·강서을은 현역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과 민주당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부산 사하갑은 국민의힘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민주당 현역 최인호 의원 등 곳곳에서 빅매치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떤 후보가 참 일꾼인지 유권자들이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선거가 끝난 뒤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건 유권자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