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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옆자리’는 내 자리…AI메모리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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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불붙은 ‘AI용 HBM’ 시장

메모리 반도체 ‘빅3’가 인공지능(AI)용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앞서 있다고 알려진 5세대 HBM인 HBM3E를 세계 3위 메모리업체 마이크론도 대량 생산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기술 경쟁은 물론 ‘수주 전쟁’에서 메모리 3사의 올해 성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2024년 HBM 시장 점유율 전망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랜드포스]

2024년 HBM 시장 점유율 전망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랜드포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론은 HBM3E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급증하는 HBM3E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4세대 제품(HBM3)을 건너뛰고 5세대로 직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마이크론은 이날 “2분기 출시될 엔비디아 H200에 자사 HBM3E가 탑재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HBM은 AI 칩에 사용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탑재되는데,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HBM 수요도 덩달아 뛰고 있다.

현재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에 그치지만, 이번에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보다 먼저 HBM3E 양산 소식을 공개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업계 예상보다 양산 속도를 당긴 데다, 이례적으로 고객사까지 밝히며 수주 성과도 과시했다. 이날 마이크론의 주가는 4% 이상 급등했다.

HBM은 무엇인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K하이닉스]

HBM은 무엇인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지만 HBM3E 양산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6일 “올해 상반기 안에 HBM3E를 양산할 계획”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와 끈끈한 협업을 이어온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마이크론의 추격에도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HBM 제품 특성상 최소 2~3년 앞서 고객사와의 교감을 거쳐 칩 양산에 들어가는 만큼 단기간에 선두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의 HBM3E 시장 진입에도 공급자 프리미엄 효과로 인해 올해도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의 유의미한 격차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HBM 시장에서 체면을 구긴 ‘메모리 1위’ 삼성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삼성은 이날 업계 최초로 36GB HBM3E 12단 적층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8단에 머물러 있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 제품보다 더 많은 D램을 쌓은 뒤 양산에 돌입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미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상반기 내 양산에 돌입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점유율 45.7%로 2위 SK하이닉스(31.7%)와 격차를 크게 벌리며 1위를 차지했다. 7년 만에 최고치였다. 삼성은 D램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생산 물량과 수율을 앞세워 AMD에 이어 올해 엔비디아도 HBM 고객사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그동안은 3사의 출발선이 달랐다”면서 “3사 모두 총력전에 나선 올해부터가 진짜 싸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HBM이란=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 반도체다. 현재 주력은 4세대인 HBM3이지만 올해 5세대인 HBM3E가 본격적으로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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