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1000만원 낮춰서 집을 팔아 달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요즘 재건축 단지 공사비가 오르면서 집주인이 추가 분담금 걱정이 많습니다.”
서울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노원구 월계동 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7일 “3년 전 9억8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6억9500만원에 팔렸다”며 “노원구에서 사업성이 뛰어난 재건축 단지인데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나날이 치솟는 공사비와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할 분담금 규모가 커지며 재건축 단지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정부가 도심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안전진단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전’인데, 여기서 또 사업 기간이 지연되면 그만큼 투자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들어 서울 재건축 단지는 하락 거래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R114가 작년 11~12월과 올해 1~2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최고 거래가격 등락을 비교한 결과, 연식 30년 초과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하락 거래가 59.2%로 서울 전체 평균(49.6%)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반면 상승 거래는 전체 평균(43.8%)보다 한참 낮은 33.8%에 그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작년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된 10월께부터 집값이 하락세를 탔는데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 수요가 더 줄어든 모습”이라며 “한번 오른 공사비는 떨어지기 어렵고, 추가 분담금에 초과이익환수금 등을 생각하면 재건축 아파트 수익성이 과거처럼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특히 10억원 이하 재건축 아파트가 많아 20·30세대의 갭 투자가 많이 몰렸던 노원구는 매매가가 이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단지가 많다. 상계동 주공5단지는 요즘 매매가가 4억6000만원으로 이전 최고가(8억원) 대비 거의 반 토막 났다. 이 단지는 전용 31㎡(11평) 단일 평형으로만 구성돼 조합원이 84㎡를 받으려면 추가 분담금이 5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나왔고, 조합은 시공사(GS건설)와 계약을 해지했다.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이달 23억58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보다 2억원 떨어졌고, 양천구 목동 단지들도 작년보다 1억~2억씩 하락 거래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한때 ‘똘똘한 한 채’로 여겨졌지만 거시 경제환경이 변하며 일부 단지는 골칫덩이 신세가 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건설사들도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재건축 단지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