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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가 골칫덩이로”…치솟는 공사비에 재건축 단지 인기 ‘시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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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재건축이 확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주동1단지에 재건축 확정 사실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 노원구청]

지난해 2월 재건축이 확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주동1단지에 재건축 확정 사실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 노원구청]

“어제도 1000만원 낮춰서 집을 팔아 달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요즘 재건축 단지 공사비가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추가 분담금 걱정이 많습니다.”

서울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노원구 월계동 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7일 “3년 전 9억8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6억9500만원에 팔렸다”며 “노원구에서 사업성이 뛰어난 재건축 단지인데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나날이 치솟는 공사비와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할 분담금 규모가 커지며 재건축 단지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정부가 도심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안전진단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전’인데, 여기서 또 사업 기간이 지연되면 그만큼 투자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들어 서울 재건축 단지는 하락 거래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R114가 작년 11~12월과 올해 1~2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최고 거래가격 등락을 비교한 결과, 연식이 30년 초과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하락 거래가 59.2%로 서울 전체 평균(49.6%)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반면 상승 거래는 전체 평균(43.8%)보다 한참
낮은 33.8%에 그쳤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작년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된 10월께부터 집값이 하락세를 탔는데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 수요가 더 줄어든 모습”이라며 “한번 오른 공사비는 떨어지기 어렵고, 추가 분담금에 초과이익환수금 등을 생각하면 재건축 아파트 수익성이 과거처럼 좋은 시절은 끝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10억원 이하 재건축 아파트가 많아 2030세대의 갭 투자가 많이 몰렸던 노원구는 매매가가 이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단지가 많다. 상계동 주공5단지는 요즘 매매가가 4억6000만원으로 이전 최고가(8억원) 대비 거의 반 토막 났다. 이 단지는 전용 31㎡(11평) 단일 평형으로만 구성돼 조합원이 84㎡를 받으려면 추가 분담금이 5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나왔고, 조합은 시공사(GS건설)와 계약을 해지했다.

입지가 뛰어난 강남, 목동 재건축 단지도 평(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다보니 추가 분담금 부담이 크다. 강남구 압구정 3구역은 최근 추가분담금 예시에서 30평형대 조합원이 동일 평형을 받는 데 3억300만원, 54평형으로 가려면 18억70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이달 23억58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보다 2억원 떨어졌고, 양천구 목동 단지들도 작년보다 1억~2억씩 하락 거래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한때 ‘똘똘한 한 채’로 여겨졌지만 거시 경제환경이 변하며 일부 단지는 골칫덩이 신세가 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건설사들도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재건축 단지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업성이 확실한 곳은 가격 방어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단지는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재건축 단지도 점차 양극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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