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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보조로봇, 노인용 화장품·장난감…고령친화산업 앞서는 日

중앙일보

입력

2022년 9월 19일 일본에서 노인들이 경로의 날을 맞아 단체로 체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9월 19일 일본에서 노인들이 경로의 날을 맞아 단체로 체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혼다 자동차는 2012년 보행 보조 로봇인 ‘리듬 보행 어시스트’를 개발했다. 고령자가 하반신에 장착하면 두 다리 부근의 모터가 허벅지를 밀어줘 걷는 걸 도와준다. 이 로봇을 이용해 걷다 보면 고령자 자신의 운동 능력을 기를 수도 있다.

이후 보행 보조 로봇 개발에는 혼다뿐만 아니라 도요타 등 다른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파나소닉 같은 전자 업체도 뛰어들었다. 수년 전부터는 고령자를 돌보는 간병인을 위해 ‘머슬 슈트(muscle suit)’도 선을 보였다. 전신에 착용하면 근력이 더해져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일으키는 등의 일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에선 고령자들의 치매를 예방할 목적으로 고령자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하도록 하는 ‘의사소통 로봇’도 나와 있다.

고령자의 보행을 돕는 로봇인 ‘리듬 보행 어시스트’. 혼다

고령자의 보행을 돕는 로봇인 ‘리듬 보행 어시스트’. 혼다

2006년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65세 인구 20% 이상)로 진입한 일본에선 고령친화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2026년 초고령사회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 「고령친화산업 성장동력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서다.

일본에선 씹는 힘이 약화하고 치아를 상실한 고령자를 위해 고령자용 가공식품 산업도 발달했다. 이를 위해 2003년 고령자 식품을 4단계로 표준화한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 규격이 마련됐다. 생선을 기준으로 쉽게 씹을 수 있는 구운 생선을 1단계로, 아예 씹지 않아도 되는 ‘흰살 생선을 체로 거른 것’을 4단계로 구분하는 식이다. 일본에는 고령자 전용 화장품도 많다. 시세이도나 SK-Ⅱ, 고세이 등 유명 화장품 기업은 55~74세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항노화·피부영양·주름제거 등 화장품을 판매 중이다.

고령자의 대리만족 심리를 노린 시장도 크다. 자산이 풍부한 고령자들이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손자·손녀를 위한 고가 제품을 구입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초등학생 아동의 책가방인 ‘란도셀’이 꼽힌다. 고급 란도셀은 80만~100만원의 고가 제품도 있는데, 30~40대 부모는 쉽게 사줄 수 없다.

고령자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초고가 장난감 시장도 활성화돼 있다. 실제 한 일본 쇼핑몰에선 ‘마징가Z 50주년 기념판’을 8만4700엔(750만원가량)에 팔고 있다. 마징가Z 애니메이션은 1972년 제작됐다. 이 밖에 1인당 110만엔(970만원가량)에 달하는 초고가 관광열차 상품도 고령자 전용 서비스 상품이다. 해상 크루즈 여행처럼 여러 날에 걸쳐 일본 열도를 종단하며 숙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비싸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기업 신성장동력…보행보조 로봇 통해 고령자 생산가능인구로

이런 산업 성장을 통해 기업은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보행 보조 로봇의 경우 은퇴한 고령자를 다시 경제활동인구로 편입시키는 순기능도 있다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일본처럼 고령친화산업을 발달 시키기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내 고령자들은 경제력이 떨어져 노인친화 상품을 소비할 여력이 부족하다. 2021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이 39.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라는 점이 단적인 근거다. 또한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친화산업의 선도 주체가 일본은 대기업이고 한국은 영세기업”이라며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만큼 한국도 대기업이 주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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