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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위증교사 재판…李 "녹취록 짜깁기" 檢 "아니다"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한 달 만에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나와 검찰과 충돌했다. 이 대표는 “(공동 피고인인 김진성씨에게) ‘사실대로 진술해달라’고 얘기를 한 사실은 빼고 검찰이 전체의 극히 일부인 녹취록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검찰은 “녹취록 전체를 들어보면 ‘사실대로 증언해달라’는 것인지 ‘내가 요구하는 대로 증언해달라’는 것인지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분간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위증교사’ 재판에서 이 사건 핵심 증거인 이 대표와 김씨 간의 통화 녹취 파일을 검찰이 ‘짜깁기’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 대표가 법정에 선 것은 지난달 30일 이후 27일 만이다.

이 대표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고  “(당시 김씨에게) ‘있는 대로 이야기해달라. 기억을 되살려달라. 안 본 걸 봤다고 할 거 없다. 들은 건 들었다고 하면 된다’고 12번 반복해 말한 사실이 있다”며 “이걸 위증교사라고 하는 것은 녹취록 내용이나 증인신문 조서 등 정확한 증거에 반하는 괴롭히기 기소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처음에 공개했던) 녹취록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전체 녹취록을 보면 알겠지만 (저는) 상대가 모른다고 하면 더 이상 묻지 않는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대표가) ‘녹취록 짜깁기’를 말하는 데 전혀 아니다”며 “녹취 파일 전체를 읽어보면 ‘사실대로 진술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야기하는 대로 허위로 말하라’는 것인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간할 수 있다”며 고 반박했다. 또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알 수 없다’ ‘기억이 안 난다’라고 누차 강조하는데도 이 대표는 김씨에게 ‘들었다고 하면 되지 뭐’ 이렇게까지 말했다”고 했다.

양 측의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검찰 측은 위증교사라고 하고 이 대표는 아니라고 하니까 (녹취록을) 쭉 듣는 게 핵심일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다음 기일에 재생하자”고 미뤘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2002년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사 사칭 사건은 이 대표가 2002년 KBS 최모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해 당시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에 휘말려 있던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건 혐의로 구속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은 사건이다.

그런데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가 2019년 2월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이 최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김 시장과 KBS 간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모는 협의가 있었다”며 이 대표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고, 이 대표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김씨가 김 전 시장을 대리해 이 대표를 고소했던 당사자였던 만큼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초 검찰 조사에서 입장을 번복했다. 김씨는 ‘(2019년 증언이) 사실은 위증이었고, 2018년 말 이 대표가 저한테 몇 번 전화해 변론요지서를 보내 주고 그 취지대로 증언해 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위증교사로, 김씨를 위증으로 각각 기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새벽 2시 23분 쯤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새벽 2시 23분 쯤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뉴스1

공동 피고인인 김씨의 위증 혐의에 대한 재판은 이날 오전 김씨 측 요청에 따라 이 대표와 분리돼 진행됐다. 김씨는 이 대표 요구로 허위 증언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이 ‘경기도지사이자 유력 대선 후보 이재명이 직접 여러 차례 전화해 요구한 것에 대한 중압감으로 허위 증언한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그렇다. 이 분이 큰 꿈을 가진 상황이어서 측은함도 있었고 급한 상황이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지난달 22일 첫 공판에서 자신과 김씨가 ‘(유리하게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하기엔) 매우 위험한 관계’ ‘애증 관계’라고 주장한 데 대해 “많이 서운했다”고 했다. 또 “이전 공판에서 (이 대표가) 소위 꼬리 자르기를 했는데, 거대 야당 대표에게 가진 최소한의 존중을 허물어뜨리는 모멸감과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의 “위험한 관계” 주장과는 달리 최근까지도 두 사람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증거로 2022년 9월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됐을 때 나눴던 문자메시지를 법정에서 제시했다. 당시 김씨는 이 대표를 위로하기 위해 전화했지만 받지 않자 ‘힘내세요. 형님’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 대표는 다음날 ‘감사합니다’고 답했다. 앞서 같은 해 대선에서도 두 사람은 안부를 주고 받았다.

이날 김씨에 대한 결심 구형도 예정돼있었지만 검찰 측 요청에 따라 미뤄졌다. 검찰은 “공범 간 처벌 균형성 등을 고려할 때 이 대표와 김씨 구형을 함께 하겠다”고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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