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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당무 거부, 설훈은 "탈당"...민주당, 공천 내전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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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잡음이 비명계 최고위원의 당무 거부와 소속 의원 탈당·불출마 릴레이로 번지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26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 최고위원 측은 “공천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하는데 어떤 결정도 논의도 않는 당 지도부에 회의감을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고 최고위원은 대신 YTN 라디오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팡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조정할 기회를 실기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빨리 공천해 문제를 일단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당분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날 밤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3시간 넘게 지도부 간 설전이 오갔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고 최고위원이 서울 은평을에서 경선 예정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자격 문제를 제기했다. 도당위원장을 유지한 채 다른 지역에 출마한 김 위원장에게 감산 페널티를 주거나 경선을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한 친명계 최고위원은 “법도 소급적용하지 않는다. 다음에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이날도 탈당과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5선 설훈 의원은 탈당 의사를 밝히며 김영주·이수진 의원에 이어 3번째로 탈당 대열에 합류했다. 설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출마할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경선을 치르는 건) 불가능하다. 30%를 감산하면 통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선출직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한 지 사흘 만이다. 설 의원은 이 대표를 “참 고약한 사람이다. 정치를 무슨 복수혈전 하듯 한다”라고 비난했다.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도 27일 탈당을 선언할 계획이다.

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도덕성과 이성에 반하는 작금의 현실에 하루하루 힘든 불면의 밤을 보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받은 친명 황운하 의원도 “단합을 위해 재선 도전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시선은 탈당 규모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까지 선출직 평가 하위 20% 31명 중 7명만 결과를 공개한 만큼, 탈당자가 더 나올 거란 전망이 많다. 다만, 한 3선 의원은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 의원도 있어 셈법이 달라 집단행동은 어려울 것”이라며 ‘개별 탈당’에 무게를 실었다. 4·10 총선 출마 희망자는 경선 ARS 투표 개시 전까지 탈당해야 한다.

민주당의 내부 갈등은 27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의원총회 때 “난장판 공천이 돼선 안 된다”고 항의한 친문재인계 4선 홍영표 의원은 이날 인천 현역 의원 전원이 참석한 현장 최고위에 홀로 불참했다. 그리고는 입장문을 통해 “총선 승리보다 당을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사방천지에서 들끓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 전횡을 벌인 이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에선 이탈자가 불어날 경우 수도권 선거에서 참패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탈당한 현역 의원이 출마할 경우 민주당 표가 갈라진다. 서울 동작을 같은 접전지는 특히 위험하다”고 했다. 이낙연계 설훈 의원을 필두로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에 집단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설 의원은 관련 질문에 “(주변과) 상의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친명 강경파는 역공에 돌입했다. 친명 원외 인사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고 최고위원을 향해 “공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무를 거부하는 건 총선 승리를 담보로 한 인질극”이라며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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