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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권성동·이원모 공천…'현역불패'에 당내선 "세대교체? 세대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비롯한 다수의 ‘친윤’ 핵심 인사  공천 심사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공관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전 비서관을 경기 용인갑에 전략공천했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외교부 장관 출신인 박진 의원과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양지만 찾는다”는 비판이 일자 공천을 당에 일임했다.

용인갑은 지역구가 신설된 19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내리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당선된 수도권의 대표적인 여당 텃밭이다. 여권이 참패한 지난 총선 때도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7.21%포인트)가 강남을(4.53%포인트)보다 컸다.

이곳은 지역구 현역이던 정찬민 전 의원이 지난해 뇌물공여죄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며 공석이 됐다. 이동섭 전 의원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등 6명의 예비후보가 경쟁했으나, 공관위는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을 고려했다”(장동혁 사무총장)며 이 전 비서관을 낙점했다.

‘용핵관(용산 참모 출신 핵심관계자)’으로 꼽히는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텃밭인 경북 경산에 단수 공천됐다. 지역구 현역인 윤두현 의원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이곳에서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본선에서 경쟁할 전망이다. 홍문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충남 홍성-예산에선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단수 공천이 확정됐다. 이로써 대통령실 참모 출신 가운데 경선 없이 본선행을 확정 지은 인사는 7명으로 늘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날 발표된 친윤계 의원은 경선 이상을 보장받았다. 원조 친윤인 권성동 의원은 지역구인 강원 강릉에 단수 공천됐다.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지역구인 이철규 의원도 경쟁자의 경선 포기로 공천이 확정됐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박성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울산 중)에서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김종윤 전 국회 보좌관과 3자 대결을 펼친다.

이밖에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민식 전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에서 당협위원장 출신의 박용찬 전 MBC 앵커와 경선한다.

전날 1차 경선 결과 지역구 현역이 100% 이긴 데 이어, 이날 발표에서도 ‘현역 생존’ 흐름은 이어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룰이 중진급 현역에 대단히 불리한 데도, 여기서 이기지 못하는 신인이라면 본선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수도권의 한 현역 의원은 “‘86(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청산을 위해 ‘75(70년대 학번ㆍ50년대생)’가 나서는 꼴”이라며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정체’ 소리를 듣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혁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혁 사무총장. 연합뉴스

공천 룰 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 발의 법안 통과 같은 의정활동 평가가 현역 의원 평가 지표에 빠진 점이 대표적이다.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평가한 당 기여도에 합산됐다”(당 고위관계자)지만, 영남 중진 의원은 “결과적으로 의정활동을 내팽개치고 권력에 줄 서거나 지역 챙기기에 몰두한 사람이 공천을 받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공관위가 ‘20년 초과 범죄 전과’에 면죄부를 준 점도 지적된다. 삼청교육대 입소 의혹을 받는 박성민 의원은 1978년 폭력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경선 참여 대상이 됐다. 공관위 관계자는 “어릴 때 비행까지 문제 삼으면 누구를 공천할 수 있겠느냐”며 “박 의원의 경우 오래된 사건이라 판결문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경선에서조차 현역이 대거 생환하자 공관위에서도 “이런 결과를 예상 못 했다”(공관위원)는 반응이 나온다. 공관위는 공천이 미확정된 일부 영남과 서울 강남권을 전략지로 정해 ‘국민추천제’ 등의 방법으로 인지도 높은 인사를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오후 강원 원주를 찾은 한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비교적 확률 높게 승리해 온 (당 강세) 지역의 선택권은 국민과 같이하고 싶다”며 “정말 필요한 분, 국민이 정말 원하는 분을 국민의 시각에서 한번 선택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정도의 아이디어를 공관위가 가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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