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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밀·보리 파종시작한 北…올해도 식량 중시 이어갈 듯

중앙일보

입력

노동신문은 26일 올해 알곡생산을 위해 농기계 수리와 부속품 생산 등 농사채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거름을 실어나르는 농기계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26일 올해 알곡생산을 위해 농기계 수리와 부속품 생산 등 농사채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거름을 실어나르는 농기계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봄철 밀·보리 파종하면서 올 농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경제 관련 행보로 농기계전시회를 찾아 농업 부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만큼 북한이 올해도 '식량문제'를 중시하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각지 농업 근로자들이 봄밀, 보리 씨뿌리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농업위원회와 각급 농업지도기관들에서 밀, 보리 재배면적 늘리는 것과 함께 지력을 높이고 선진적인 종자 처리 방법을 받아들이면서 씨뿌리기 준비를 갖추기 위한 작전과 지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경제발전 중요 12개 고지 중에서 알곡 생산을 1순위 과업으로 제시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알곡 생산 목표를 넘쳐 수행한 것을 2023년도 경제사업에서 달성한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성과"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해 나름의 성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한 만큼 올해도 식량 증산을 정책적 우선순위에 올려 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올해도 농촌 경리의 기계화, 관계체계 완비, 간석지 건설 등 농업 생산력 증대를 재차 강조하면서 전사회적으로 농촌을 지원할 것을 주문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일 농기계전시회 '농기계공업발전-2023'에서 트랙터를 둘러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일 농기계전시회 '농기계공업발전-2023'에서 트랙터를 둘러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의 농업 중시 기조는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김정은이 직접 식량난을 고백한 2021년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2022년 1월에 내각 부처인 농업성을 한 단계 상위 조직인 농업위원회로 격상시켜 농촌 문제 전반을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북한에서 '위원회'는 국가계획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당국이 집중적으로 강조하거나 비중 있는 국가 전략을 담당하는 부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3년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31만t 증가한 482만t으로 추정된다. 수확기에 적당히 내린 비와 비교적 높은 기온 등 우호적 생육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란 게 농진청의 분석이다. 전년 대비 약 6.9%나 식량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추정한 북한의 연간 필요량 576만t에는 100만t 이상 못 미친다. 북한 주민들이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 내 곡물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북한 내 쌀 가격은 1㎏당 6100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1㎏당 1900원대 가격을 형성했던 옥수수도 3200원까지 올라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식량 상황이 나빠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목선을 타고 동해 상으로 내려온 일가족 처럼 배고픔에 시달리다 탈북하는 주민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춘궁기를 앞두고 북한 내 곡물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라며 "북한은 작황이 좋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국이 지난해 가을에 철저히 입도선매한 탓에 주민들이 느끼는 식량 상황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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