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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풍요 속 잊힌 낭만을 찾아서…현대예술로 만난 개츠비

중앙일보

입력

100년에 걸쳐 사랑받아온 작품이 있습니다. 1925년 출판된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해마다 30만 부씩 팔리는 스테디셀러이자 미국대학위원회(The College Board) 추천도서이며, 영화·뮤지컬·연극 등으로 꾸준히 제작되고 있죠. 이렇게 다양한 문화·예술매체로 만들어진 개츠비를 이번에는 현대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살펴봅니다.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위대한 개츠비’展이 바로 그것이죠.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유명한 한 장면을 그래피티로 구현한 닌볼트 작가의 작품이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유명한 한 장면을 그래피티로 구현한 닌볼트 작가의 작품이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전시를 기획한 전세미 큐레이터는 “K현대미술관은 현대예술과 접목한 스토리 기반 테마 전시를 자체 기획해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개츠비전은 특히 3층부터 2층까지 넓은 공간을 할애했다”고 3층으로 안내했어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마 어디선가 한번쯤 봤을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이 벽화로 변해 전시의 시작을 알리죠. “소설 원작도 유명하지만, 국내에선 영화의 인지도가 높아 보자마자 개츠비 전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작품을 선정했어요. 한국에서 그래피티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닌볼트 작가 작품으로 3~4일 정도 직접 오셔서 작업하셨죠. 가운데 자리한 주인공 제이 개츠비가 들고 있는 것이 샴페인 잔이 아닌 그래피티에 쓰는 스프레이 캔이란 점이 재밌지 않나요.”

전시에선 한국뿐 아니라 미국·멕시코·프랑스·독일 등 총 28명의 작가가 참여해 그림·조각·미디어·설치 등 다양하게 ‘위대한 개츠비’와 연결된 작품 40여 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황원규 작가의 ‘조각의 탐욕’‘비움’‘채움의 과정’ 3점은 버려진 조각들로 만든 작품으로, 부자로 나타나지만 실은 가난한 노동자 출신으로 사회에서 한번 버려지다시피 한 제이 개츠비를 떠올리게 하죠.

‘위대한 개츠비’展은 현대예술을 매개로 『위대한 개츠비』를 살펴본다. 원작 소설을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서재를 모티브로 한 공간에는 이준영 작가의 전단지 작품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함께 연출됐다.

‘위대한 개츠비’展은 현대예술을 매개로 『위대한 개츠비』를 살펴본다. 원작 소설을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서재를 모티브로 한 공간에는 이준영 작가의 전단지 작품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함께 연출됐다.

사실 『위대한 개츠비』 소설에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겼습니다. 제이 개츠비는 작가 본인을 모델로 했죠. 그의 서재를 재해석한 공간 ‘피츠제럴드의 서재방’에는 이준영 작가의 전단지 작품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연출됐어요. “이번 전시에 소개한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만을 위해 만든 작품은 아니에요. 작가의 기존 작품을 보고 ‘개츠비’와 연계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섭외했죠. 이준영 작가의 작업실은 을지로에 있는데, 제조업으로 성장한 을지로는 현재 상업·거주시설 등이 들어오며 도시의 시스템이 전복되고 있어요. 그러한 ‘장소’를 부자로 탈바꿈해 기존 부자들의 동네로 침입한 개츠비, 또 그를 탄생시킨 피츠제럴드의 서재와 연결했죠. 허공에 뿌려지듯 연출한 전단지들은 한쪽 구석에 따로 모아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게 한 참여형 전시 공간이기도 합니다.”

개츠비가 사랑하는 꿈의 여인으로 그려지는 데이지의 방을 표현한 공간 ‘어바웃 데이지’에는 최혜숙 작가의 ‘21세기 유물시리즈-가방6’ 등이 전시됐다.

개츠비가 사랑하는 꿈의 여인으로 그려지는 데이지의 방을 표현한 공간 ‘어바웃 데이지’에는 최혜숙 작가의 ‘21세기 유물시리즈-가방6’ 등이 전시됐다.

‘어바웃 데이지’는 개츠비가 사랑하는 꿈의 여인으로 그려지는 데이지의 방을 표현했어요. 데이지는 천진난만하고 아름답지만 소설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충만했다”고 묘사되는 만큼 돈에 대한 애착이 큰 인물이죠. 호화로운 샹들리에와 각종 명품 쇼핑백으로 꾸며진 방에는 최혜숙 작가의 ‘21세기 유물시리즈-가방6’이 놓였습니다. “명품 가방은 브랜드 로고를 빼면 그냥 가방일 뿐이죠. 물건에 부여된 상징성으로 명품이란 특별한 힘을 가진 것이 영원할 것 같지만 미래에 어떻게 될진 알 수 없어요. 이를 미래에서 볼 때 21세기를 대표하는 유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21세기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비와 사치가 유행하던 개츠비의 시대 배경인 1920년대와 닮기도 했죠. 벽에 설치된 유리공예 작품도 이와 연결되니 함께 살펴보세요.”

허영·욕망이 세포분열하듯 늘어나는 모습으로 표현한 정현수 작가의 작품을 보고, 환상의 세계를 묘사해 개츠비의 부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버터컵 작가의 영상 3점을 둘러본 뒤엔 2층으로 내려와 레오다브 작가의 거대 그래피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배경 속 아련하게 그려진 개츠비와 데이지가 인상적이죠.

재즈 시대라고 불리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인 192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제로즈 작가의 애니메이션.

재즈 시대라고 불리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인 192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제로즈 작가의 애니메이션.

“1920년대는 재즈를 빼고 말할 수 없는데요. 이를 나관범 작가의 그래피티와 제로즈 작가의 애니메이션, 순영 작가의 네온 작품으로 연출했죠. 삶이란 뜻의 ‘Live’ 네온을 보면 v가 깜박깜박하는데, 꺼지면 ‘Lie’ 즉 거짓말이 돼요. 이를 통해 개츠비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대한 아이러니를 표현,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죠.” 이러한 흐름은 참여형 전시 공간인 그린라이트로 이어집니다. 개츠비가 얽매인 과거처럼, 자신이 벗어나고픈 과거를 고찰해보고 써서 벽에 붙이고 간 많은 사연을 살펴볼 수 있죠.

파티가 열리는 개츠비 맨션 앞에 놓인 백열 작가의 ‘마감시간 의자를 다 쌓으면 꿈 꿀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파티가 열리는 개츠비 맨션 앞에 놓인 백열 작가의 ‘마감시간 의자를 다 쌓으면 꿈 꿀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노유나 작가의 ‘혼돈사회’, 한아름 작가의 ‘자연에 순응하며 휴식하는’ 등의 작품들은 각각 작가가 직접 와서 설치했는데요. 파티가 열리는 개츠비 맨션 앞에 놓인 백열 작가의 ‘마감시간 의자를 다 쌓으면 꿈꿀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가 눈에 띕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친구의 일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에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지만 꿈을 좇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표현했죠. 이번 전시는 다채로운 현대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동원해 ‘위대한 개츠비’의 특별한 의미를 전합니다. 풍요로운 사회에 살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은 팍팍하고 메마르고 불안에 가득 차 있죠. 이런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낭만’이 아닐까요.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하고, 잊고 있던 낭만을 마음에 삶에 더해보세요.”

위대한 개츠비展

기간: 6월 3일(일)까지
장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807 K현대미술관 2~3층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오후 6시 매표 및 입장 마감)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만 13~18세) 1만7000원, 어린이(만 3~12세) 1만5000원
*만 13세 미만 어린이는 보호자 동반해야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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