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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 멘토는 이명희·이미경"…AI에 꽂힌 '밥 회사' 구지은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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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곡동 아워홈 식품연구센터 접견실에서 직접 펴낸 아버지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회고록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 접견실은 구 회장이 생전에 쓰던 소파와 테이블 등을 그대로 둬 '레트로 룸'이라고 불린다. 사진 아워홈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곡동 아워홈 식품연구센터 접견실에서 직접 펴낸 아버지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회고록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 접견실은 구 회장이 생전에 쓰던 소파와 테이블 등을 그대로 둬 '레트로 룸'이라고 불린다. 사진 아워홈

서울 여의도 IFC몰 지하 3층 캘리스랩. 단체급식·식자재유통 기업 아워홈이 지난해 9월 연 건강식 전문 식당이다. 이곳에선 아워홈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구독 서비스가 제공된다. 예약하면 스트레스와 혈관 건강, 체성분 등을 측정해주고, 구독 고객에게는 전문 영양사가 검사 결과와 질병, 복용 중인 약을 고려해 다이어트, 혈압·혈당 관리 등 목적에 맞는 식단을 추천·제공해준다. 아워홈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맞춤형 서비스도 더 고도화할 계획이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첫 언론 인터뷰

2021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지은(57) 아워홈 부회장이 경영 행보를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로봇 같은 최첨단 기술을 사업에 도입하고,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등 ‘급식 회사’를 넘어 푸드테크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다. 이를 위해 구 부회장은 올해 초 글로벌 가전·IT 전시회(CES 2024)에도 직접 다녀왔다. 취임 전 위기였던 경영 실적도 상승세로 돌렸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아워홈은 사상 첫 적자(-93억원)를 냈지만 2022년 구 부회장 취임 1년 만에 흑자 전환(257억원)했다. 지난해엔 매출 약 1조9800억원, 영업이익 약 900억원(예상치)을 올렸다.

아워홈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IFC몰에 선보인 캘리스랩. 같은 이름의 개인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사진 아워홈

아워홈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IFC몰에 선보인 캘리스랩. 같은 이름의 개인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사진 아워홈

지난 16일 서울 마곡동 아워홈 식품연구센터에서 구 부회장을 만났다. 언론과 첫 대면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의 도전에 대해 ‘상품이 아닌 산업을 만드는 게 기업’이라고 강조한 아버지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영향이라고 했다. 구 회장 1주기가 지난 지난해 말 구 부회장은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 『최초는 두렵지 않다』를 펴냈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이었던 구 회장은 LG뿐만 아니라 처가인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을 오가며 사업 기반을 닦았다. 구 회장의 1남 3녀 중 막내딸인 구 부회장은 범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을 깨며 주목받았다.

오너가(家) 자녀가 아버지 회고록을 쓰는 게 흔치 않은데.  
선대 업적이 부담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책을 쓰면서 ‘더 성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아버지는 ‘멈추면 도태하는 것’이라 하셨다.
사업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눴나.
말씀이 많지 않았다. 자식들에게는 칭찬도 잘 안 하셨다. 입버릇처럼 ‘억울하면 출세해라’고 하셨다. 제가 맡은 사업 매출이 40% 늘었는데, 한참 지난 후에야 ‘그건 좀 괜찮네’라고 하시더라. ‘이젠 됐다’가 가장 큰 칭찬이었다.  

‘이젠 됐다’ 父에게 들은 가장 큰 칭찬

‘아버지’로서 구자학 회장은 어땠나.
제가 제일 늦게 분가해 따로 말씀을 들을 시간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용모단정’ 같은 기본을 강조하셨고,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불 꺼라’였다. (LG에서 2000년 분리한)아워홈에서도 90년대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로고가 찍힌 메모지를 그대로 쓰실 만큼 절약을 강조하셨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아버지의 어떤 점이 가장 와 닿았나.
‘아껴라, 아껴라’ 하셨지만, 사업 스케일은 누구보다 컸다. 1980년대에 LG전자 창원공장 규모를 두 배로 늘린 게 대표적이었다. 또 실무자에게서 답을 찾으려 하셨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서른두 살 금성사(LG전자) 2년 차 과장일 때 업무 능력을 보고 해외투자실장으로 점찍었는데, 인사팀이 ‘과장은 안 된다’고 반대하자 아버지가 최연소 부장으로 발령냈다고 한다. 경영자로서 가장 힘든 건 20~30년 후를 생각하면서 ‘지금 1등이어도 멈추면 안 된다’고 조직을 설득하는 일인데, 아버지는 ‘반대는 이기려 할 게 아니라, 그 의견까지 더하는 것’이라며 합의를 끌어냈다. 

급식→종합식품→푸드테크로 도약 

‘상품’ 아닌 ‘산업’을 만든다는 말은 뭔가.
아버지는 럭키에서 페리오·드봉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석유화학·유전공학에 뛰어 들어 LG화학으로 키웠다. LG의 바이오·반도체 사업도 개척했다. 아워홈 역시 LG유통(GS리테일)의 급식사업부에서 출발해 식품 제조·외식·식자재 공급을 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식 소스 개발로 맛을 표준화하고, 조리 공정 무인화·자동화로 급식의 ‘산업화’를 이룬 거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곡동 아워홈 식품연구센터 접견실에서 중앙일보에 테크기업으로 전환 계획을 밝혔다. 사진 아워홈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곡동 아워홈 식품연구센터 접견실에서 중앙일보에 테크기업으로 전환 계획을 밝혔다. 사진 아워홈

다음 단계는 푸드테크 기업인가. 
7~8년 전 캘리스코 대표 때부터 구상했다. ‘밥 회사가 왜 AI를 하느냐’고들 하는데, 아워홈은 업계에서 늘 디지털화에 앞섰다. 1990년대 초에는 LG에서 버린 컴퓨터를 농가와 협력업체에 나눠주고 영양사가 메뉴를 주문하면 자동으로 필요한 양만큼 발주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빅데이터로 식수(식사량) 예측과 메뉴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일찍이 정보기술(IT)을 도입했는데 다른 산업들이 디지털화하면서 좋은 인재를 빼앗아 가더라. ‘식음업계의 테슬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할 때라고 느꼈다. 
푸드테크 산업도 영역이 넓은데, 어떤 기업을 추구하나.
영양, 건강, 유전자, 운동량, 체질까지 고려한 개인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요양병원, 실버타운, 학교, 병원,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등이 미래 고객이다. 현재 병원의 경도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임상도 하고 있다. 병원 밖에서 관리가 더 중요해져 수요가 커질 것이다. 말하자면 ‘약식동원’(藥食同原, 약과 음식의 근본은 같다)의 최첨단을 이루는 거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24'를 찾아 푸드테크 관련 기업들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 아워홈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24'를 찾아 푸드테크 관련 기업들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 아워홈

펀드 조성해 스타트업 발굴·투자

기술력은 어떻게 확보하고 키우나. 
스타트업 육성 전문업체인 씨엔티테크와 단독 펀드를 조성해 식음료나 로봇·AI 등 푸드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인수도 고려한다. 아워홈은 매일 200만 식 규모의 영양식을 제공하고, 해외 빅테크 기업 등의 데이터도 차곡차곡 쌓고 있어 국내외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이 있다. 
경영 멘토가 있나.
이모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사촌 언니인 이미경 CJ 부회장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조언이 필요할 때 만난다. ‘미키 언니’(이미경 부회장)는 다양한 민족과 사업의 연결성 같은 글로벌 시각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이명희 회장님이 직접 쓰신 경영철학서가 있는데, 아버지 회고록과 함께 옆에 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본다.

아워홈은 고 구자학 회장의 자녀 4명이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아들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지분 38.6%)은 구지은 부회장 등 세 자매(총 59.6%)와 경영권 다툼에서 패해 2021년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지만, 경영권을 두고 계속 갈등 중이다.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여전히 갈등하고 있는데.  
주주 간에 잘 협의해야 할 문제다. 저희는 굳건하다. 저는 아버지가 직접 불러서 자연스럽게 2004년부터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다. 다른 곳(범LG가)에서도 오너가 여성 임원이 나오고 있지 않나. 점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시는 것 아닐까 싶다. 

아워홈 구자학-구지은 부녀는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자학 회장. 사진 아워홈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자학 회장. 사진 아워홈

고 구자학 회장 : 1930년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복무한 뒤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제일제당(CJ제일제당) 기획부장 등을 거쳐 금성사(LG전자) 상무, 금성통신(LG전자) 부사장 등을 지냈고, 광업제련(LS MnM) 대표를 맡았다.
42세에 삼성의 최연소 사장으로 호텔신라 초대 사장에 올랐으며 이후 중앙개발(삼성물산), 럭키(LG화학), 금성사, 금성일렉트론(SK하이닉스), LG건설(GS건설) 등에서 CEO를 지냈다. 2000년 LG유통(GS리테일) 푸드서비스 사업부를 분사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셋째딸 이숙희씨와 결혼했다. LG가에서 ‘학’회장님으로 불렸다. 2022년 5월 노환으로 별세했다.

구지은 부회장 : 1967년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인사관리 석사과정을 마친 뒤 삼성인력개발원, 왓슨와야트코리아에서 근무했다.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구매물류사업부장, 외식사업부장, 글로벌유통사업부장,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등을 맡았다. 아워홈의 관계사 캘리스코 대표를 거쳐 2021년 아워홈 부회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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