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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에, 의료계 “탈모약 처방이나 하지 않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전 한 환자가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인근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한 환자가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인근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탈모 약 처방이나 하지 않을까요. 소아 ‘크룹(급성 폐쇄성 후두염)’ 같은 응급 질환에 대응은 어렵지 않을까요."

중소병원장 A씨(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25일 이렇게 말했다. A씨가 운영하는 병원은 주말만 빼고 주중엔 비대면 진료를 한다. A씨는 “환자 불안이 커 비대면 진료를 열었지만, 중증·응급 질환은 책임질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에 의료계 ‘갸우뚱’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23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지만, 의료계의 시큰둥한 반응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시적으로 이전까지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 또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정부가 허용 폭을 크게 넓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맡고 경증환자는 종합병원과 같은 2차 병원에서 맡게 되면, (병원급) 외래진료의 수요가 많아질 수 있어 이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들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정책이다. 이러니 의료기관들은 비대면 진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 원장은 “(환자와 연결되는) 영상 시스템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데 그런 시스템이 당장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가를 줄 테니 하라’는 식으로 급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은 비대면 진료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문의 10여명 규모 한 병원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에 부담을 느낀 의사들이 적지 않아 전면 시행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비대면 진료는 종전부터 참여해온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 전면 시행 첫 주말인 지난 24일 오후 9시쯤 한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더니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곳은 의원급 기관 1곳(가정의학과)뿐이었다. 입점한 기관 78곳 가운데 병원급 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가정의학과는 140곳 중 9곳에서 당일 진료 신청을 받았는데, 산부인과·신경과 등처럼 의원급에서만 진료가 가능했다. 한 특성화병원에서 일하는 봉직의는 “환자가 몰릴 때는 대면 진료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는 의사에게 뒷전일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는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이) 의료계 압박 카드라고 하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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