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이준석 대표의 선택지가 주목받고 있다.
개혁신당은 지난 23일 김종인 위원장을 4·10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했다. 지난 20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결별한 지 사흘 만에 이준석 대표의 멘토로 불리는 김 위원장을 영입한 것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역할은 단순히 공천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이 손을 잡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거 이슈 등을 만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혁신당, 특히 이 대표 입장에서 김 위원장은 침체된 당 분위기를 바꿀 카드라는 평가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혁신당 지지율은 3%에 그쳤다. 새로운미래와 전격 통합한 뒤인 지난 16일 발표 조사에서 4%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결별로 인해 1%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통합 전인 지난 2일 발표 조사에서 3%가 나왔던 걸 고려하면 이원욱·조응천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합류했음에도 결국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 만큼 개혁신당은 김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위원장 영입 발표 전날인 지난 22일 아침·점심·저녁 등 하루 세 번이나 김 위원장을 찾아 읍소했다고 한다. 처음엔 부정적이던 김 위원장도 결국 이런 노력에 부응했고, 총선이 불과 5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전격 등판하게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에 공천 파동이 일어나 이삭줍기를 할 줄 알았던 이준석 대표 입장에선 예상이 크게 엇나가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이 대표에겐 ‘김종인 카드’가 사실상 마지막 비단 주머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개혁신당 입장에서 당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이 대표가 어디에 출마하느냐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격 등판했을 때만 해도 이 대표가 한 위원장의 지역구에 맞춤형 출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하면서 이 대표의 출마지도 안갯속 상황이다.
당초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대구·경북(TK)’ 출마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자기 고향(TK)으로 가야 한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에 자기를 대변할 수 있는 지도자가 안 나와서 탄식을 하는 경북·대구에 가서 ‘앞으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지도자감’이라는 인식을 딱 받으면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혁신당 일각에선 젊은 유권자가 많은 경기 화성 동탄 신도시가 선거구 개편으로 화성을과 정으로 쪼개지면 이준석(화성정)-이원욱(화성을)-양향자(용인갑)로 이어지는 ‘반도체 벨트’를 만들어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 대표를 비례대표로 옮기게 한 뒤 선거 전면에 나서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 곳에 출마할지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며 “김종인 위원장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늦지 않게 빨리 어디에 출마할지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언제 정하게 될지도 아직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