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직 단체장 엇갈린 운명…양승조 '지역구 이동' 허태정 '불출마'

중앙일보

입력

202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뒤 총선을 통해 재기를 노리던 전직 광역단체장들이 엇갈린 운명을 맞았다. 민선 7기 광역단체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 얘기다.

지난해 11월 14일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출근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허태정 전 대전시장]

지난해 11월 14일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출근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허태정 전 대전시장]

허태정 전 대전시장은 지난 23일 대전시민과 지인들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문자를 통해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마의 발걸음은 멈췄지만,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유성(을)에 황정아 전략 공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1일 대전 유성을 지역구에 외부 영입 인재인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전략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해오던 허태정 전 시장은 공관위 발표 직후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이 혼란과 분열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8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둘째)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6호 인재영입식에서 인재영입 6호인 황정아 박사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둘째)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6호 인재영입식에서 인재영입 6호인 황정아 박사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뉴스1

대전 유성구는 허태정 전 시장의 오랜 정치적 기반이다. 그는 민선 5~6기 8년간 대전 유성구청장을 역임한 뒤 민선 7기(2018년)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재선을 노렸지만 국민의힘 이장우 시장에게 패한 뒤 재기를 모색해왔다.

허태정, 총선 지원 뒤 지방선거 재도전 

대전지역 정치권에선 이달 초 황정아 책임연구원이 영입된 뒤 허태정 전 시장이 지역구를 유성(을)에서 서(갑)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예비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예비후보는 “불출마를 선언하라”고 직격했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허태정 전 시장은 민주당 총선 승리에 기여한 뒤 2년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대전시장 선거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왼쪽 둘째)이 이상민 의원의 입당을 축하하며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전민규 기자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왼쪽 둘째)이 이상민 의원의 입당을 축하하며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전 유성(을) 지역구 현역은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당적을 옮긴 이상민 국회의원(5선)이다. 허 전 시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해당 지역구는 민주당 황정아 책임연구원과 이상민 의원 간 양강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양승조, 천안→홍성·예산 지역구 선회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뒤 고향이자 오랜 정치적 기반인 천안에서 재기를 노리던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 민주당은 23일 양 전 지사를 충남 홍성·예산에 전략 공천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민주당이 13대 국회 이후 한 번도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어려운 곳으로 보수 세가 상당히 강한 지역”이라며 “양 전 지사의 선당후사 자세가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충남지사에 출마했던 양승조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양승조 캠프]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충남지사에 출마했던 양승조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양승조 캠프]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정치적 고향인 천안을 두고 지역구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20년간 몸담은 민주당에서 받은 혜택이 있는데 (당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자기모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천안 예비후보들, 이재관 영입에 반발 

애초 양승조 전 지사 역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천안에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했다. 그가 출마를 준비했던 천안(을)은 무소속 박완주 국회의원의 지역구로 민주당에선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내고 표밭을 갈아왔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7일 이재관 전 천안시장 후보가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 합류하자 ‘재탕 후보’라며 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서 홍성·예산 지역구 출마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6일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서 홍성·예산 지역구 출마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선 홍성·예산 지역구에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 이곳의 현역은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이지만 그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

국힘 홍문표 의원, 경선 포기…강승규 후보 유력

홍문표 의원은 “경선을 포기하기까지 수많은 이유와 사연이 있겠지만, 지금은 오로지 총선 승리라는 막중한 시대적 책무를 위해 희생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분(홍문표)의 용기와 헌신의 길을 가는 것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