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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11배 잡혔지만"…오징어 빈자리 채우는 홍게, 어민들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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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후포항은 대게를 기다리는 경매인과 전국에서 온 도매 차량으로 꽉 차 있었다. [중앙포토]

경북 울진군 후포항은 대게를 기다리는 경매인과 전국에서 온 도매 차량으로 꽉 차 있었다. [중앙포토]

요즘 홍게(붉은 대게)가 좀 잡히는데 날씨가 문제네요.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앞바다에서 붉은 대게를 잡는 9t급 어선 선장 천모(62)씨가 지난 22일 한 말이다. 천씨는 설 연휴 이후 조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해안에 많은 눈과 비가 잇따라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실제 지난 21일부터 내린 폭설로 동해안 항·포구에 어선 2479척이 피항하기도 했다. 천씨는 “날씨가 좋았던 이달 중순까진 바다에 한 번 나가면 붉은 대게를 150~200㎏ 정도 잡았다”며 “붉은 대게가 곧잘 잡히는 상황에서 바다에 나가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23일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잡힌 붉은 대게는 411t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6t이 잡힌 것과 비교하면 11배에 달하는 양이다.

강원도 주간어획동향을 보면 지난해 주춤했던 붉은 대게 어획량은 현재 3년 평균(421t)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어민들은 “기상 여건만 따라줬다면 3년 평균을 어획량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6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어민들이 잡아온 복어가 가득하다. 이날 새벽부터 조업한 선주는 "오징어를 잡으러 나갔는데 오징어가 없어 기름값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복어를 잡아 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6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어민들이 잡아온 복어가 가득하다. 이날 새벽부터 조업한 선주는 "오징어를 잡으러 나갔는데 오징어가 없어 기름값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복어를 잡아 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징어 사라져 올해 57t 잡힌 것이 전부 

강원 동해안에서 사라진 오징어 빈자리를 붉은 대게를 비롯해 청어·복어 등 새로운 어종이 채우고 있다. 오징어는 올해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어획량이 57t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0t, 3년 평균이 629t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젠 동해안에서 드물게 잡히는 어종으로 봐도 될 수준이다. 채낚기 어선 선주 이모(74)씨는 “이제 오징어는 동해안 대표 어종이 아닌 보기 힘든 어종이 됐다”며 “정부 차원에서 오징어 채낚기 어선 감축 사업도 추진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복어는 같은 기간 342t이 잡혀 지난해 264t, 3년 평균 204t을 크게 웃돌았다. 청어도 올해 98t이 잡혀 지난해 42t보다 배 이상 잡혔다. 3년 평균도 35t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붉은 대게와 청어·복어 풍년에도 어민은 웃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가격 탓에 고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과메기를 만들기 위해 청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과메기를 만들기 위해 청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복어·청어 낮게 형성된 가격에 어민들 한숨 

복어는 어획량이 늘었음에도 위판가격은 18억8100만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19억700만원에 못 미치고 있다. 청어 위판가도 2억2900만원으로 지난해 1억9500만원보다 늘었지만, 어업 활성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청어는 과거 꽁치를 대신해 과메기 재료로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회무침·구이로 쓰인 후 나머지는 사료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천씨는 “복어는 자주 먹는 수산물이 아니라서 판로가 다양하지 않다”라며 “경기가 안 좋아 소비가 줄어드니 잡아도 좋은 값에 팔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강원 동해안 전체 어획 실적은 272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29t보다 1205t 감소했다. 위판실적도 202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246억1800만원보다 40억원 넘게 줄었다.

강원도 글로벌본부 관계자는 “수산물이 한꺼번에 많이 잡히면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때가 많다”며 “다양한 어종이 잡히기 시작하는 어황기에 접어들면 어획고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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