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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사진만 수십만장 찍은 류정훈 "초점 안보여도 정신없이 셔터 눌렀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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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호 17면

푸바오 추억 전시관인 바오하우스에서 바오가족 홀로그램과 함께 한 류정훈 사진가. 관람객 누구나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푸바오 추억 전시관인 바오하우스에서 바오가족 홀로그램과 함께 한 류정훈 사진가. 관람객 누구나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이바오 출산을 앞두고 미리 동물원에 촬영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찍을 수 있을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 방식으로 자이언트 판다를 낳는 거고, 아이바오도 첫 출산이니 모든 게 극도로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으니까요. 더구나 중국 측 관계자도 지켜보는 상황이니 우리 동물원에서도 흔쾌히 허락할 수 없었고요.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미리 산실을 살폈습니다. 그래도 사진 찍는 여건을 미리 살펴봐 둬야 하니까요. 조명이라곤 아주 희미한 전등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사진 찍기에 턱없이 부족한 정도의 빛이었죠. 테스트를 해 보니 ISO(감도)가 적어도 6400이 되어야겠더라고요. 난감했습니다. 사실 제가 화질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대체로 저감도를 설정합니다. 화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ISO 6400은 사진 찍은 이래 처음 설정한 값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찍을 수 있다면 다행인 상황이었습니다. 제발 찍을 수 있기만을 고대하며 바깥에서 노심초사했습니다. 한참 기다리자 양수가 터지고 태어났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터에 강철원 사육사가 들어와 사진을 찍으라는 신호를 줬습니다. 부리나케 뛰어들어갔습니다. 아이바오가 낳은 푸바오를 입에 물었다 놨다 몇 번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이 제대로 찍히기만을 바라면서요.”

사진 5

사진 5

이는 에버랜드 류정훈 사진가가 들려준 푸바오 탄생 직후 장면 촬영 후일담이다. 첫 사진이 찍힌 시간은 2020년 7월 20일 21시49분. 그는 당시 감동을 느끼기보다 사진이 제대로 찍히기만을 바랐다고 했다. 초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열악한 여건이기에 사진 찍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한 터였던 게다. 이후 바깥으로 나와 아이바오가 갓 태어난 197g 푸바오를 입으로 닦아주는 사진(사진5)을 보며, 그제야 밀려드는 감동에 젖게 됐노라 고백했다. 이 사진으로 인해 ‘푸바오 신드롬’이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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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그는 ‘바오덕후’가 됐다. 지금껏 바오가족을 찍은 사진이 수십만 장에 이른다. 2023년 7월 7일 촬영한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후이바오 탄생 사진은 타임지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100대 사진’에 선정됐다. 집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 4시40분에 호출을 받고 달려갔지만, 첫째는 이미 나온 터였다. 당시 쌍둥이인 줄 몰랐던 터라 무작정 기다린 그는 1시간40분 후 양수가 터지고 둘째가 나오는 장면을 찍게 되었다. 그 장면이 바로 100대 사진에 선정된 것이다.

지난해 만난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는 류정훈 사진가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오늘날 우리 사육사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건 모두 류정훈 감독 덕분입니다. 우리 뒤에서 사진으로 뒷받침해줬으니까요.” 실제로 그는 『아기 판다 푸바오』 『전지적 푸바오 시점』 『푸바오, 매일매일 행복해』 『푸바오, 언제나 사랑해』라는 책에 사진을 제공했다. 자신의 이름은 늘 뒤에 있거나 가려져 있지만, 그는 웃으며 “판다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판다가 주는 감동을 사진으로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때의 웃는 모습, 판다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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