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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 잉글리시] 콩글리시 영어 줄임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8호 31면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한국에서 영어 단어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굳이 긴 영어 표현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알파벳 몇 자로 그 의미를 대체한 영어 줄임말을 쓴다면, 기억하기 쉽고 한국어에도 녹여 쓰기 좋은 장점이 있다.

문제는 영어 줄임말을 영어에 사용할 때 생긴다. 실제 영어에서는 한국어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약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 줄임말 중 상당수는 영어 원어민에게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어에서는 보통 기술적이거나 과학적인 용어를 나타낼 때 줄임말을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SNS다. SNS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ocial Network Service를 줄여 쓴 약어인데, 만약 해외에서 만난 친구에게 SNS 계정을 알려달라고 하면 그 친구에게 의문이 가득한 눈빛을 받을 수 있다. 전문 용어인 SNS를 해외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라고 하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특정 플랫폼 명을 언급한다.

한국에서 유행한 또 다른 약어들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영어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어인 ‘딩크(DINK)’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용어로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해외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 통계학자나 경제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문용어일 뿐, 이런 약어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지 않는다. 외국인과 대화 시 이런 약어를 사용했는데 상대방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세한 추가 설명을 통해 상대를 이해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축구 팬이라면 알 수 있는 단어인 ‘EPL’은 영국 잉글랜드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를 나타내는 ‘English Premier League’의 줄임말이다. 다른 국가의 축구 리그와는 달리, 국가명을 따로 붙이지 않기 때문에 정식 명칭은 ‘Premier League’다. 따라서 EPL은 영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다. 해외에서 영국 프로축구를 얘기할 때는 EPL 대신 Premier League라고 해야 한다.

영어를 완전히 한글식으로 표현하여 영어 약어처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한국어 약어인데, 영어 work-life balance를 한국어 발음대로 쓴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앞글자만 딴 신조어다. 영어 표현에서 비롯되었지만 외국인에게 ‘워라밸’은 생소한 단어일 뿐이다. 비슷한 예로 ‘케바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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