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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압박 나선 나발니 유족..."비밀장례식 강요" 폭로, 바이든도 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옥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69)가 22일(현지시간)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비밀 장례식'을 강요하며 협박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같은 날 그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47)와 딸 다샤 나발나야(23)는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나발니의 가족은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의를 요구하며, 두 대륙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옥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가 22일(현지시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당국이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선 '비밀 장례식'을 치르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AP=연합뉴스

옥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가 22일(현지시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당국이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선 '비밀 장례식'을 치르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AP=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는 이날 아들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나발니가 수감돼 있던 감옥 근처인 시베리아 살레하르트 마을의 영안실에서 어제 아들의 시신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법적으로 아들의 시신을 나에게 바로 넘겨줬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아들을 어디에, 언제, 어떻게 묻어야 하는지 조건을 걸며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그에게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들의 시신에 무엇인가를 하겠다"거나 "시간은 당신에게 불리하다. 시신이 부패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류드밀라는 "그들이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영상을 만들었다"며 굴하지 않는 모습을 모였다.

그간 류드밀라는 지난 16일 갑작스럽게 옥중 사망한 아들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동분서주했다.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하고,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재단의 이반 즈다노프 대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이 어머니에게 아들의 시신을 가져가는 대신 내건 조건엔 '장례식에 군중이 모이지 않도록 가족끼리만 치르고, 관련 발표도 하지 않아야 하며, 시신을 지정된 비행기로 모스크바로 이송해 지정 묘지에 묻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있다.

나발니의 사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나발니 측 대변인은 나발니의 사망 진단서에는 '자연사'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이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오른쪽)와 딸 다샤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이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오른쪽)와 딸 다샤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와 딸 다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발니의 비범한 용기와 법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러시아를 위해 부패에 맞서 싸운
그의 족적에 존경을 표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세계 전역에서 나발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그의 유산을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대응으로 오는 23일 대규모 대(對)러시아 제재를 발표한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왼쪽)가 22일 공개한 딸 다샤(오른쪽)와 함께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왼쪽)가 22일 공개한 딸 다샤(오른쪽)와 함께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NBC뉴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 만남 후 취재진에 "나발니의 아내와 딸을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나발니의 딸 다샤는 미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이날 율리아는 딸 다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우리는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다"는 글을 남겼다. 나발니 부부에겐 10대 아들 자하르도 있다.

그는 남편의 유지를 이어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겠다고 선언하며 반정부 투쟁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국제사회를 향해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저항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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