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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낸 전공의 "정부, 보건의료독재 방식…감옥 갈 각오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방식은 ‘보건의료독재’ 수준. 두렵고 무섭지만 사명감을 갖고 사직서를 냈다”  

지난 16일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26)는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유는 열흘 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때문이다. 류옥씨는 응급의학과에 지원해 합격한 상태다. 그는 모교(을지대)가 있는 대전·충청 지역에 내려가 필수의료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힘든 현실을 잘 모르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자 큰 실망감을 느꼈고,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사직서를 낸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 류옥하다 씨가 22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사직서를 낸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 류옥하다 씨가 22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2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류옥씨는 “의대 정원 문제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훼손당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과 달리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전공의 ‘사직 물결’ 이후 정부가 을(환자)과 을(전공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의 압박에 대해 “사실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서 감옥에 갈 각오도 되어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했다.

현재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은 어떤 상황인가.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패키지나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대로 간다면 어릴 적 살던 삼도봉(충청북도 영동군) 아래에서 농사를 지을 생각이다. 친한 전공의들 가운데는 일자리 센터에 가서 이미 AI 면접을 본 친구도 있다. 과일 장사를 하려고 트럭을 사려고 하는 전공의도 있다. 그만큼 사직서는 진심이고, 진심인만큼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실망감도 큰 셈이다.
전공의들은 왜 현장을 떠났나 (21일 오후 10시 기준 전공의 9275명이 사직서 제출)
필수의료에 종사하려고 의사로서 수련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필수의료분야 문제의 구조적인 개혁은 말하지 않고 의사 수만 이야기한다. 의사 수는 적정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평균 수명이 3위고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가장 낮은 수준일까. 주변 전공의들은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공공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공공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을 떠나지 않고 정부와 협의하면 되지 않나
선후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 전공의들과 소통 없이 발표한 필수의료패키지를 보고 사직서를 냈다. 그다음엔 어땠나. 집 앞에 경찰이 찾아온 전공의만도 수십 명이다.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가 내놓는 대응은 협박 수준의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브리핑 자리에서만 ‘소통하자’고 반복하는데 정부가 겁박하니까 돌아갈 수가 없는 것.

복지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장점검 중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추가 발령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앞으로도 정부는 법과 원칙에 의거하여 집단행동에 대응해 필요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요구하는 안들에 대해서 정부가 수용한다면 언제든지 병원에 돌아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직서를 낸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 류옥하다 씨가 22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사직서를 낸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 류옥하다 씨가 22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주 80시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안은 요구안에 있다. 의사 수를 늘리면 도움이 되지 않나
그건 병원 입장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싸게 굴릴 수 있는 의사가 많을수록 좋다. 전공의는 한 달 기준 약 2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받으면서 주 80시간을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 입장에선 늘어난 의사 수만큼 환자를 더 받아서 돈을 더 벌려고 할 것이다.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근무시간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미 복귀 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면허 정지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인턴으로 일해 보니 의사는 능동적으로 책임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다.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의사가 고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개시명령을 내려서 강제로 잡아서 병원에 두면 일할까? 해당 명령이 위법인 이유는 사람을 강제로 일하게 할 수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이는 헌법의 기초했다.  
사직서 제출로 끝인가. 향후 대응 방안은
정말 모르겠다. 의사들은 진심으로 환자를 생각한다. 정부에 바라는 건 한 가지다. 진솔하게 환자와 전공의와 학계의 의견을 들어달라.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함께 고민하고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자. 지금은 그런 방식이 아니다. 2000명 의대 증원을 들고 와서 근거가 있다. 이 근거를 믿어달라고 하는 방식이지 않냐. 전공의들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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