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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이 발표 최소 두 번 더 봐야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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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월 금통위, 9연속 동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부터 9연속 금리를 묶었다. ‘끈적한 물가’ 우려가 여전하고 가계 부채·미국 피벗(통화정책 전환) 같은 변수도 있어 금리 인하에 나서기 이르다는 판단이 깔렸다. 올 하반기에야 한은이 금리를 내릴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2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모두 ‘금리 동결’에 손을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8%로 내려오긴 했지만, 피부로 느끼는 생활 물가는 3%대로 높은 편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는 농산물값 급등을 타고 두 달 연속 오름세다.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국제유가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하는 걸 아직 확신하긴 이르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반기 내엔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유지하겠다. 오는 5월 경제 전망 시 나오는 수치를 보고 (인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부채 ‘불씨’도 여전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빚은 약 188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증가 폭이 이전보다 둔화했다지만, 부동산발(發) 대출 수요 등이 다시 뛸 위험은 여전하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을 잘못해서 부동산 가격 다시 올리는 일은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대외적으론 점차 늦어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 시점이 한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물가 지표는 예상보다 내려오는 속도가 더디고, 고용 등 다른 수치도 견조한 편이다. 이에 따라 미국(5.25~5.5%)은 당초 시장이 예측했던 3월 ‘조기 인하’ 대신 6월 이후에야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금리 역전(2%포인트 차)이 이어지는 한국으로선 환율·외국인 투자 등을 고려할 때 먼저 금리를 내리긴 부담스럽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잡히면 각국이 차별화된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변화된 움직임도 감지됐다. 향후 3개월 금리를 두고 금통위원 5명이 ‘현행 유지’를 언급했지만, 한 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시장에선 한은이 3분기 중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도 함께 내놨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2.1%, 물가 상승률 2.6% 예상치를 그대로 이어갔다. 성장률은 3개월 전과 비교해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인한 0.1%포인트 상향, 내수 부진에 따른 0.1%포인트 하향이 상쇄되면서 큰 변동이 없었다. 다만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소비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장 엔진에 먹구름이 꼈다. 올해 민간 소비 성장률 전망치가 1.6%로 지난해 11월 발표(1.9%)보다 0.3%포인트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인플레이션은 큰 변수가 없다면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에선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졌다가 올 연말엔 2%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특히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올해 전망치는 내수 부진 등에 따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2%로 잡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은 지난해보다 나아졌지만, 내수는 침체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 정부의 추가 지출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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