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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항공, ‘생판 남’ 티웨이에 최신형 ‘A350’ 빌려주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눈앞에 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A350-900 항공기를 티웨이항공에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 항공기가 아닌 합병 대상인 아시아나의 항공기 임대는 처음이다. 신규 항공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유럽 노선 일부를 넘겨받을 티웨이항공의 안정적 취항을 도와 유럽 당국의 최종 합병 승인을 끌어내겠다는 포석도 있다.

22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A350-900 항공기에 대한 임대 의사를 최근 티웨이항공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350-900은 에어버스사가 출시한 311석의 최신 항공기로 유럽과 미주 노선 등을 한 번에 갈 수 있다. 최신 엔진을 탑재해 연료를 25% 절감하고, 이산화탄소도 25% 덜 배출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아시아나는 A350-900 15대를 장기 리스해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이 합병 후 이 중 3대를 티웨이항공에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LCC를 지원하면서 아시아나의 항공기 리스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A350-900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번 검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GE와 P&W사 엔진은 대한항공이 직접 정비할 수 있지만, A350-900에 탑재된 롤스로이스 엔진은 자체 정비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 기재 단일화로 부품·정비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대한항공에 A350-900은 반가운 기종이 아닌 셈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A330-200 항공기 5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조건으로 유럽 4개 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 독점 해소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현재 티웨이항공이 보유한 대형 항공기는 3대이며 올해 2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A330-200 5대를 지원하면 대형기 10대를 운영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이를 바탕으로 4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이어 6월 프랑스 파리, 8월 이탈리아 로마,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캐나다 밴쿠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차례로 취항할 예정이다.

A350

A350

여기에 아시아나의 A350-900 3대까지 더하면 티웨이항공의 경쟁력은 더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다른 유럽 노선 등 추가 취항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임차료다. 업계는 아시아나의 신용 등급이 낮은 만큼 다소 비싼 조건에 항공기 리스 계약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비용이 올라가 티웨이항공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측은 A350-900 임대 계획에 대해 “현재 협의중인 시정조치안의 세부내역은 확인 할 수 없으며 확정된 사안도 없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자체 항공기 보유를 최우선에 두고 있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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