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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환자 22명, 자기 정자로 임신 시켰다…美의사 충격 사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재닌 피어슨은 지난해 난임 클리닉에서 동의 없이 환자 22명을 자신의 정자로 임신시킨 버튼 콜드웰 박사를 직접 찾아가 마지막으로 사진을 남겼다. 사진 CNN 캡처

재닌 피어슨은 지난해 난임 클리닉에서 동의 없이 환자 22명을 자신의 정자로 임신시킨 버튼 콜드웰 박사를 직접 찾아가 마지막으로 사진을 남겼다. 사진 CNN 캡처

미국에서 한 의사가 난임 환자 20여명을 자신의 정자로 임신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CNN은 건강 문제로 유전자 분석 전문 회사 ‘23andme’에 자신의 타액 샘플을 보냈다가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 빅토리아 힐(39)의 사연을 보도했다. DNA 분석 결과 자신에게 십수명의 이복형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 수는 22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은 모두 어머니가 코네티컷주 소재 한 난임 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힐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어머니가 다녔던 난임 클리닉의 의사 버튼 콜드웰 박사로 드러났다. 다른 피해자들과 대화하면서 힐은 콜드웰 박사가 어머니에게는 아버지의 정자를 사용했다고 거짓말하고는 자신의 정자로 시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고등학교 시절 사귀었던 힐의 전 남자친구가 22명의 형제자매 중 한 명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힐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은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어머니도 같은 병원에 다녔음을 기억하고 DNA 테스트를 받으면서 이같은 진실이 밝혀졌다. 이밖에 초등학교 동창이나 동네 주민 중에도 힐의 이복형제가 있었다고 한다.

CNN은 “힐의 이야기는 난임 의사들이 기증자 대신 자신의 정자를 몰래 사용해 환자와 환자의 가족을 속인 불임 사기 사건 중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며 “또한 이 사례는 규제 부족으로 생겨난 거대한 형제 그룹이 어떻게 우발적 근친상간이라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해 3월 21일 '23andme' 이용자 웬디 넬슨이 자신이 받은 DNA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3월 21일 '23andme' 이용자 웬디 넬슨이 자신이 받은 DNA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콜드웰 박사의 또 다른 피해자인 재닌 피어슨과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그를 고소했다. 36년 전 콜드웰 박사는 인공수정을 원한 피어슨의 어머니에게 “정자를 기증할 의향이 있는 익명의 예일대 인턴이 있다”고 거짓말한 뒤 실제로는 자신의 정자를 사용했다. 피어슨의 어머니는 인공수정에 사용되는 정자가 콜드웰 박사의 정자라는 말은 듣지 못했으며, “콜드웰 박사의 아이를 갖겠다고 동의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80대의 고령으로, 은퇴 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콜드웰 박사는 피어슨을 만나 자신의 과거 행동을 인정했다고 한다. 콜드웰 박사는 피어슨에게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미국에서 자가 DNA 키트가 발달하면서 2000년대 이전 의사들이 저지른 이같은 비윤리가 드러나고 있으며, 미국의 난임 산업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규제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어 환자의 시술에 자신의 정자를 몰래 사용한 혐의로 체포되거나 기소된 의사는 미국 전역에서 3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중 일부 주에서는 ‘불임 사기’가 범죄로 규정돼있지 않아 의사들이 처벌을 피했다. 켄터키주의 의사 마빈 유스먼은 자신의 정자를 약 6명의 환자에게 사용했다고 인정했지만 의료위원회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의사면허 취소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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