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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상렬의 시시각각

‘건국전쟁’과 4·10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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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상렬 기자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22대 총선을 약 50일 앞두고 영화 ‘건국전쟁’ 열풍이 우리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나라 세우고 지키기의 소중함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성사시킨 한·미 동맹, 의무교육과 교육투자, 농지개혁 등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토대가 됐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필사적인 외교와 단호한 개혁을 통해 최약소국이 지구 최강의 동맹, 유능한 인적자원, 국민 화합의 기반과 경제성장의 동력을 갖게 됐다. 그리고 70여 년, 북한은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했고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력의 글로벌 선진국이 됐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대한민국 발전의 양대 축이었다.

대내외 상황 70여 년 전과 유사
이재명 대표, 대북관 설명 필요
대한민국 번영 다지는 선거 돼야

이승만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쪽은 그의 독재를 이야기한다. 누가 이승만의 장기집권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나. 그러나 과(過)는 과고, 공(功)은 공이다.

요즘 대내외 상황은 남북 분단이 시작된 70여 년 전과 참 많이도 닮았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은 그때를 연상시킬 정도로 밀착 중이다. 과거 북·중·러의 밀착은 김일성의 남침 오판을 가능케 했다. 지금도 러시아와 중국의 비호는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그 어둠의 결속 아래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정치는 극도로 양분돼 있다. 해방 공간 이후 사라졌던 정치인 테러까지 다시 등장했다.

그런 가운데 4·10 총선 정국은 심판론의 대결장으로 흐르고 있다. 야당(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여당(국민의힘)은 입법 권력인 거대 야당 심판을 내걸었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사유는 여론조사의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에 잘 나타나 있다. 국민은 팍팍해진 경제와 민생, 정권의 독선과 소통 미흡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명품백 사건 등 김건희 여사 문제도 주요 요인으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거부 등 입법 파행에 대한 유권자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사법리스크 속에 민주당을 사당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그렇더라도 총선에서 제대로 다뤄져야 할 중요한 쟁점이 있다. 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하는 데 보다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안보 상황과 북한에 대한 이 대표의 언어와 인식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상이다. 이 대표는 1월 19일 당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사일 도발을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선 전쟁 위기를 언급하면서 “수백만이 죽고 전 국토가 초토화된 6·25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충돌이 누적된 결과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군사 도발을 일삼은 김정일, 그들 부자의 어떤 노력을 평가하자는 것인지 이 대표는 설명해야 한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을 그렇게 규정하면 김일성의 남침에 면죄부를 주는 역사 왜곡이 된다. 그는 지난해 7월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도 했다. 평화로 가장한 전쟁 세력에 이용당하기 딱 좋은 인식이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가 선택한 비례대표 위성정당 선거연합엔 진보당이 한 축을 이룬다. 민주당이 ‘불평등한 한·미 관계 해체’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는 이들과도 손을 잡은 것이다. 이 제휴로 반미를 외치는 이들이 손쉽게 국회에 입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그것이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중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뤄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일까.

이제 심판의 계절이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번영을 다져야 한다는 마음속 지향점은 모두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건국전쟁’이 되살려낸 치열했던 건국사의 바람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