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내년 봄 졸업 예정인 대학생(예비 4학년)의 24%가 이미 취업이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졸업하는 대졸자 중 86%도 직장을 정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 지표인 닛케이 지수가 34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일본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만성적인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대졸자 입도선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구직난에 시달리는 한국 '취준생'의 입장과는 전혀 딴판인 셈이다.
일본 취업정보 업체 리쿠나비가 지난 1~9일 내년도 졸업 예정 대학생 2270명(유효응답수 73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23.9%가 "취업 내정을 받았다"고 답했다.
원래 일본에서 대졸자 취업 활동은 3월 벚꽃이 필 때쯤 본격화하고, 여름방학 전인 6월부터 기업 면접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이미 지난 1일 기준으로 내년 봄 졸업자 내정률이 20% 넘었다는 건 그만큼 대졸 인재를 먼저 차지하겠다는 기업 간 경쟁이 붙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게다가 같은 시기 조사된 작년(19.9%), 재작년(13.5%) 내정률과 비교해도 현격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졸업생 우위의 취업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NHK는 "코로나에서 회복된 이후, 채용 인원을 늘리려는 기업 간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원래 채용 시점을 앞당기는 경향이 있는 외국계나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채용 시기가 일정한 대기업 중 일부도 인재 선점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20일 전했다.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 채용과 면접이 정착하면서 취업 활동이 한층 수월해진 것도 내정률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음 달 대졸 예정자 중 86%도 이미 직장이 정해진 상태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문부과학성과 함께 전국 112개 대학의 졸업 예정자 6000여명을 표본 조사(지난해 12월 초 현재)한 결과로, 전년 같은 조사 때보다 1.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또 이는 199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한국 대졸자 취업률은 69.6%
일본의 실제 취업률은 더 높다. 지난해 봄 대졸자의 취업률(지난해 4월 1일 기준)은 97.3%에 달했다. 사실상 전원 취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이에 반해 한국의 지난해 대졸자 취업률은 69.6% 수준이었다. 2011년 67.6%였던 취업률은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 65.1%까지 내려갔으나, 2021년(67.7%)부터 조금 반등한 상태다. 10년 넘게 7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단 뜻이기도 하다.
이공계 졸업자를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문·이과 졸업생 간 취업률 차이도 크지 않다. 지난해 일본의 문과 출신 취업률은 97.1%, 이과 출신 취업률은 98.1%였다.
반면 한국의 대졸자 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2022년 기준)에선 의약(83.1%)·공학(72.4%) 계열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인문(59.9%)·교육(63.4%) 계열 취업률은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