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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경로당서 아이 돌본다...지자체 "아빠 한달 휴가제 시행"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마을회관·경로당·도서관 등을 어린이 돌봄센터로 활용한다. 아이를 데리고 일할 수 있는 사무실도 만들고 공무원에게 하루 2시간씩 육아 시간을 제공한다. 전국 지자체가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하며 내놓은 대책이다.

21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전날 ‘K-저출생 극복 기본 구상’을 내놨다. 도는 완전 돌봄과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4개 분야에 35개 과제를 올해부터 추진한다.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봐준다

우선 경북도는 '우리동네 돌봄마을' 시스템을 갖춘다. 아파트·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서 전문교사, 자원봉사자, 대학교 실습생, 소방‧경찰관 등이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를 보살피는 시스템이다. 농촌에서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주민 자치센터를 활용한다. 또 학교와 학원, 돌봄센터, 가정을 다니는 거점 순환 버스도 운영한다. 센터에서는 간식이나 저녁밥도 무료로 제공한다. 교사 인건비 등 경비는 모두 경북도가 부담한다. 돌봄마을 시스템은 경산·구미·안동·포항 등 도시에서 시작하고, 군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옛날에는 마을 어르신이 애를 돌봤지만, 이제는 지자체가 나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북도가 지난 20일 도청에서 '저출생과 전쟁' 선포 행사를 열었다. [사진 경북도]

경북도가 지난 20일 도청에서 '저출생과 전쟁' 선포 행사를 열었다. [사진 경북도]

이와 함께 구미·포항에 있는 산업 단지에는 ‘대형 돌봄 센터’ 빌딩을 짓는다. 이용 대상도 유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범위가 넓다. 저층은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가 이용하고, 위층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어린이부터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대학생이 그룹 과외를 받는 공간 등으로 꾸밀 예정이다. 부모가 출근할 때 자녀를 맡기고 퇴근할 때 데려가면 된다.

안정적 주거와 아빠 육아 지원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경북도는 주거 대책도 내놨다. 이를 위해 청년·신혼부부 주택 자금 대출이자와 월세를 지원하고 정부 주택공급 자금 지원과 연계해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북도청과 시군·기업 사무실은 아이를 동반한 채 근무할 수 있게 만든다. 또 경북도에서 ‘아빠 출산휴가 한 달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다자녀 공무원은 승진 등 인사 평가에서 우대한다. 아빠 한 달 출산휴가는 최근 국민의힘이 저출생 대책 공약으로 내놨다.

경북도는 또 ‘완전돌봄 특구’ 경북 지정과 부총리급 이상 인구가족부(가칭) 지방 설립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완전돌봄 특구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돌봄센터를 통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온종일 완전 돌봄 시스템을 갖춘 지역을 말한다.

경북은 주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저출생 극복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 공무원은 근무 중 2시간 육아 가능 

저출생 여파로 지난달 30일 부산 기장군 정관일신기록병원에 분만과 관련된 산과 진료를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저출생 여파로 지난달 30일 부산 기장군 정관일신기록병원에 분만과 관련된 산과 진료를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다른 지자체도 유사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전남도는 21일 ‘자녀 행복 돌봄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자녀 행복 돌봄제’는 임산부나 초등학교 2학년(8세)까지 자녀가 있는 공무원에게 하루 2시간을 육아 시간으로 주는 것이다. 도는 돌봄제 대상을 기존 5세까지 자녀가 있는 공무원에서 이번에 8세로 확대했다. 자녀 행복 돌봄제를 많이 활용한 부서에는 격려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육아 공무원이 눈치 보지 않고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전국에서 최초로 경로당을 활용한 돌봄센터를 열었다. 기장군 경로당에서 유아나 초등학교 1~3학년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평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르신 봉사자에게는 시간당 1만원(1일 최대 4만원)을 지원한다. 해운대도서관에도 돌봄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전문 보육교사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아이들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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