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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골프숍] 삼각함수 푼다...한국형 골프 거리 측정기의 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각 측정 골프 거리 측정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80년대 유행한 워크맨에서 영감을 받은 캐디톡 ‘큐브’, 동반자 4명의 거리를 한꺼번에 잴 수 있는 R2G ‘메이트 프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핏’ 좋은 레이저 보이스캐디 ‘Laser FIT’.

삼각 측정 골프 거리 측정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80년대 유행한 워크맨에서 영감을 받은 캐디톡 ‘큐브’, 동반자 4명의 거리를 한꺼번에 잴 수 있는 R2G ‘메이트 프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핏’ 좋은 레이저 보이스캐디 ‘Laser FIT’.

#볼은 카트길 기준, 페어웨이 반대쪽에 떨어졌다. 캐디는 “내 볼에서 핀까지 남은 거리가 140m쯤 될 것”이라고 했다. 넉넉하게 130~150m에 맞는 클럽 세 개를 가져갔는데 소용없었다. 실제로 볼 앞에서 재보니 남은 거리는 160m였다. 카트까지 다시 가서 클럽을 가져오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바쁜 캐디에게 클럽을 가져다 달라고 하기도 미안했다. 짧은 클럽으로 치다 힘이 들어가 뒤땅을 쳤다.

#측정기가 없는 동반자가 거리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왕이면 정확한 거리를 알려주기 위해 동반자 볼 쪽으로 가 거리를 재주고 허겁지겁 돌아와 샷을 했는데 너무 급했는지 실수가 나왔다.

#왼쪽으로 휘어진 도그래그홀 세컨드샷 지점, 숲 때문에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숲을 넘기는 샷은 가능하다. 그러나 나무에 가려 거리를 측정할 수는 없다. 눈대중으로 계산해 넉넉하게 잡고 친 샷은 그린을 넘어가 언덕 내리막 라이에 멈췄다. 트리플 보기 참사의 시작이었다.

골프 라운드 중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대부분 카트를 타고, 카트는 카트길로만 다니는 한국 골프장 특성상 생기는 문제다.

최근 삼각측정법을 이용한 골프 거리측정기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수학 시간에 배운 코사인 법칙에 의거, A지점에서B지점까지의 거리, A에서 C지점까지의 거리, 그 사이 각(∠BAC)을 알면 B에서 C까지의 거리도 알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카트에서 핀과의 거리, 카트에서 볼과의 거리를 알면 볼에서 핀과의 거리도 알 수 있다.

이용자는 복잡할 게 없다. 각도는 기계에 내장된 자이로 센서와 지자기 센서가 측정해주고 수학 코사인 법칙 문제는 측정기가 대신 풀어준다.

이런 삼각측정법을 활용한 거리측정은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2022년에야 처음 나왔다. 외국 골프장에선 이런 장비가 별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카트와 카트길을 이용하는 한국 골프 라운드 특성에 맞게 진화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 의하면 한국형인 삼각측정 거리측정기 판매점유율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골프대회를 관람할 때도 쓸모가 있을 듯하다. 선수와 핀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두 선수 간의 거리 차이를 알 수 있다.

삼각측정 기술을 캐디톡은 '캐디 모드', R2G는 '메이트 모드', 보이스캐디는 '볼투핀 기능'이라고 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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