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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애 죽으면 네놈도 죽을 것"…유괴범 몰려 고문, 눈 잃은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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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상군 유괴살해 사건'의 주범 주영형과 두 공범이 구치소로 송치되고있다. 중앙포토

'이윤상군 유괴살해 사건'의 주범 주영형과 두 공범이 구치소로 송치되고있다. 중앙포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80년 '이윤상군 유괴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고문당한 이상출(68) 씨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21일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씨는 1981년 9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 집에서 이군(당시 13세)을 유괴한 혐의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는 1980년 11월 발생한 이군 실종사건이 장기화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진척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때였다. 1981년 2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윤상이가 살면 네놈도 살 것이고 윤상이가 죽으면 네놈도 죽을 것"이라는 내용은 특별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는 여관방에 갇혀 고문을 당했고, 나흘 만에 범행을 자백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이씨는 오른쪽 눈을 잃었다.

경찰은 명확한 범행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를 공갈 등 혐의로 지인과 함께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은 불법 체포·구금된 이씨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진술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진실화해위는 경찰이 구속영장 발부 등 법적 절차 없이 이씨를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경찰의 별건 구속·수사를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을 명백히 위배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추후 이군 유괴살해 사건의 진범도 밝혀졌다. 1981년 11월 이군이 다니던 학교 체육 교사 주영형이었다. 이 사건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 영화 '밀양'과 '친절한 금자씨'의 모티브가 됐다.

진실화해위는 경찰청에 이씨에 대한 사과와 명예·피해 회복 조처를 권고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이날 '경북 지역 미군 관련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7∼9월 경북 영덕·울진·예천군 등 지역에서 미군의 폭격과 포격, 총격 등으로 민간인 33명이 희생당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밖에 진실화해위는 '육군보안사령부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성신호 등 납북귀환 어부 인권침해 사건' 등 8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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