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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 직격 "환자 있어야 의사 있다, 전공의 현장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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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선 전사가 의료대란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은 2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전공의 파업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공의를 겁박할 게 아니라 귀하게 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공의가 파업을 시작했는데.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파업은) 의사들이 자신을 노동자로 격하시키는 행위다. 의사는 전문직이며 1인 사업가이자 사회지도층인데 불만이 있다고 파업하면 되겠나.
파업 참가자가 적지 않다.
의사가 현장을 떠나면 본인 환자가 어딘가에서 고생하고, 일부는 악화하거나 숨질 수 있다고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도 현장을 떠나는 건 의사 윤리를 흐리게 한다.
일부 전공의가 "의사가 있어야 환자가 있다"고 하는데. 
환자가 있으니까 의사가 있는 것이다. 의사가 있어야 환자를 진짜 환자로 정의하고 비로소 치료할 수 있다. 고교 때 전교 1등 밥 먹듯 한 분들이 다른 다양한 수단이 있는데도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는데,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환자의 이해와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의사협회가 원점에서 논의하자는데.
의협이 코로나19 때 의사를 모아서 거점전담병원으로 보내줬다. 지금 의협은 아직 필수의료 의사 부족의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테니 의대 증원을 얘기하지 말라'고 나서야 한다. 최근 2~3년 개업한 소아청소년과나 분만의사를 모아서 종합병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증원 최소화를 얘기해야 한다. 의협은 그럴 의지나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주장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필수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이 더는 그만두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의사는 1년이고 5년이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나 공항 출입국장의 패스트 트랙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국가가 일정액의 품위유지비를 지원하면 좋다. 세금 감면, 주거급여 제공, 어린이집·돌봄서비스 우선 보장 등도 고려해보자. 사법리스크 해소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국가가 알아주고 국민이 예우하는구나'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의대 증원 2000명이 과한가. 
초창기에는 1000명으로 늘린 뒤 5년마다 평가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면 된다. 주 40시간 근무가 정착하고 있다. 20, 30년 전보다 현장 의사가 2~3배 늘어야 하므로 의대 정원도 충분히 늘어야 한다.
다른 대안은.
의학전문대학원을 한시적으로 부활하자. 의전원에는 군대 갔다 온 학생이 들어온다. 의전원·레지던트 각각 4년에다 2년 더해 10년이면 일선 현장에서 전문적 진료를 할 수 있다. 의과대학 체제로는 15년 넘게 걸린다. 의전원을 늘려서 신입생을 1000명 정도 채용하면 어떨까 한다. 또 외국 의대 출신의 국내 면허 취득 지원자를 적극 수용해 국내 의료에 좀 더 쉽게 진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의료체계를 손볼 게 있나.  
의료전달체계를 그대로 두면 의대 증원 효과가 없을 것이다.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가는 구조를 깨야 한다. 지역의 종합병원에서 웬만한 치료는 가능하니 역할을 찾아줘야 한다.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보내고, 치료가 끝나면 돌아오는 구조로 가야 한다.

김 원장은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증원정책이 성공해야 한다. 다만 의사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는 논의가 필수적"이라면서 "지금처럼 일방통행으로 비치거나, 중도에 포기하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의사 집단은 더 나쁜 집단으로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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