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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판검사 新 최대학맥은 '외고'…1·2·3·4위 휩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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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직 판검사 5269명의 출신 고교를 전수 분석한 결과 외고 강세가 선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스1

현직 판검사 5269명의 출신 고교를 전수 분석한 결과 외고 강세가 선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스1

대한민국 대표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판검사 출신 고교에서 외국어고등학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판검사 5296명 중 전국 외고 출신은 739명(13.9%)으로 열 명 중 한 명을 넘었다. ‘외고→서울대→인서울 로스쿨→판검사 임용’이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20일 “중앙일보가 판검사 출신 고교를 전수 분석한 결과, 대원외고는 현직 판사 154명, 검사 86명 등 240명(4.6%)을 배출해 판검사 출신고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대원외고는 이미 10년 전인 2013년 법조인 배출 1위고로 부상했다. 법률신문사의 ‘2013년판 한국 법조인 대관’에 따르면 대원외고 출신 판검사는 판사 85명, 검사 44명 등 129명으로 전통 명문인 경기고(55명)의 두 배를 넘었다. 이후 10년 후 대원외고 출신 현직 판검사는 240명으로 다시 두 배 가량으로 늘었다.

대원외고 출신인 재경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동문이 하도 많아 각자 성향과 근무 인연 등을 기준으로 각종 소모임을 만들어 모인다”며 “법조계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이 안 뭉치는 것처럼 대원외고 역시 끈끈함이나 동질감은 약하다”고 말했다.

고위직은 휘문고·단대부고·순천고 강세

지난해 말 기준 대원외고 출신 현직 판검사는 총 240명에 달했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대원외고 정문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말 기준 대원외고 출신 현직 판검사는 총 240명에 달했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대원외고 정문 전경. 연합뉴스

대원외고 출신 판검사가 매년 급증했지만 법원·검찰 고위직인 법원장·검사장·고검장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고 출신의 법조계 진출이 2000년대 초중반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법원장·고검장·검사장 등 고위직을 기준으론 휘문고가 법원장 2명, 고검장·검사장 4명을 배출해 가장 많았고, 단대부고(법원장 2명, 고검장·검사장 2명), 순천고(법원장 1명, 고검장·검사장 3명)가 뒤를 이었다.

허리 꿰찬 대원외고, 2030년 고위직 승진 본격화

다만 법원과 검찰 중간간부인 부장급에는 이미 대원외고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2030년 전후로는 고위직에도 대거 진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법원 부장판사급에 대원외고 출신이 40명으로 가장 많고, 검찰 고검 검사급(차장·부장·부부장 검사)에도 25명에 달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판검사 출신고 2~4위 역시 명덕·한영·대일외고 등 외고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2위 명덕외고는 116명(판사 73명, 검사 43명)으로 1위 대원외고의 절반 수준이었다. 3위 한영외고 100명(판사 65명, 검사 35명), 4위 대일외고 70명(판사 43명, 검사 27명), 6위 이화여자외고 42명(판사 26명, 검사 16명)까지 상위 10위 내에 서울에 위치한 5개 외고가 포함됐다. 이들 5개고 출신 현직 판검사만 합쳐도 총 568명으로 전체 10.8%를 차지한다.

그외 상위 10위권에는 일반고 5곳도 포함했다. 5위 순천고 52명(판사 34명, 검사 18명), 공동 7위 경기고 40명(판사 24명, 검사 16명), 7위 휘문고 40명(판사 23명, 검사 17명), 9위 안양고 38명(판사 25명, 검사 13명), 10위 서울고 34명(판사 21명, 검사 13명) 순이다.

'법조 명문 순천고' 평검사는 2명뿐 

전통의 법조 명문으로 꼽히던 일반고의 위상은 외고의 부상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약해졌다. 다만 판검사 고위직 및 중간간부에선 여전히 강했다. 5위 순천고가 대표적이다. 순천고는 2018년 검찰 하반기 인사에서 대검 간부 6명을 배출하는 등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요직에 두루 포진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도 순천고 출신 고검장·검사장은 3명으로 휘문고(4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차장·부장·부부장 등 고검 검사급도 13명에 달한다. 다만 평검사급으로 내려가면 순천고 출신은 2명뿐이다. 대원외고 출신 평검사가 61명인 것과 대비된다. 법원에서도 법원장 1명, 고법 부장 3명, 지법 부장 및 고법 판사가 12명이다.

부장검사를 지낸 순천고 출신의 한 변호사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순천고 출신이 법원과 검찰에 두루 포진했고,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순천고 출신이 검찰 간부로 대거 등용되며 ‘순천고 전성시대’란 말까지 나왔다”며 “하지만 신규 임용 판검사 중에선 순천고 출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씨가 말라가며 검찰 조직에선 더는 주류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평준화 시절 최고 명문인 경기고는 계속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현직 법원장과 검사장 이상 최고위직도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에서 고법 부장 2명, 지법부장 및 고법 판사 12명, 검찰 고검 검사급 10명이 경기고 출신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출신 고교인 경북고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현직 판사 19명, 검사 11명으로 12위였다.

이해찬 세대 '자퇴 열풍' 검정고시도 66명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고교 학력을 검정고시로 이수한 현직 판검사(66명)를 순위에 포함하면 대일외고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직 판사의 경우 28명이 검정고시 출신이고, 검사는 이보다 많은 38명이었다.

법조계에 검정고시 출신이 많은 이유는 김대중 정부였던 1998~1999년 외고와 지역 명문고 학생들의 ‘자퇴 열풍’이 꼽힌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수시 전형을 본격 도입했는데, 그 결과 상대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외고·명문고 학생들이 내신 평가에 불리해졌다. 결국 상당수 학생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다.

검정고시 출신 현직 판검사는 총 66명에 달했다. 1998년부터 4~5년간 특목고생 사이에서 자퇴 열풍이 불며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원이 많아진 탓이다. 중앙포토

검정고시 출신 현직 판검사는 총 66명에 달했다. 1998년부터 4~5년간 특목고생 사이에서 자퇴 열풍이 불며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원이 많아진 탓이다. 중앙포토

그 결과 2002년 서울대 합격자 중 검정고시 출신은 89명에 달했다. 이후로도 2003년(66명)·2004년(53명)·2005년(34명)·2006년(40명) 등 한동안 서울대 합격자 중 검정고시 출신 비율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2002~2006년 5년간 사법고시 합격자의 출신고교 역시 대원외고(163명)에 이어 검정고시 출신이 72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검정고시 출신의 한 현직 검사는 “1998년부터 약 4~5년간을 ‘이해찬 세대’라 부르는데 이들 중 특목고를 다니다 자퇴해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한 경우가 많았다”며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조직생활에 불리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학맥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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