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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훈의 심리만화경

숏폼, 그 멈출 수 없는 유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최훈 한림대 교수

최훈 한림대 교수

최근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하루에 11시간 이상 숏폼을 시청한다고 밝혀 화제다. 숏폼. 원래는 10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의미했는데, 이젠 10분도 길었는지 1분 안팎의 동영상을 말한단다.

숏폼의 중독성은 대단해서, 멈출 수가 없다. 이 연예인은 집에서 이동할 때도 숏폼을 시청한다. 이유는 ‘중간에 끊어지는 것을 싫어해서’란다. 사실이다. 우리 뇌는 일이 중간에 멈추면 부담스러워하고,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라 한다.

그런데 다른 출연자가 의문을 표한다. ‘숏폼은 원래 끊어져 있잖아요?’ 맞다. 숏폼의 모순이 여기 있다. 숏폼은 짧지만, 짧지 않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우리가 10분 휴식할 때, 2시간짜리 영화를 선택하진 않는다. 하지만 숏폼 시청은 부담없게 선택된다. 1분짜리 단독 행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시작되면 숏폼이 끊임없이 나오는 탓에, 지속 행동으로 변경된다. 그래서 차라리 시작과 끝이 명확한 영화를 보면 행위 완료를 인식하고 쉽게 끝낼 수 있지만, 숏폼은 3시간을 봐도 여전히 진행 중인 행위라 멈출 수 없다.

흔히 숏폼 시청을 ‘도파민 충전’이라 한다. 도파민은 보상, 행복 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데 새롭거나 자극적인 경험을 할 때 분비된다. 숏폼은 시각적, 내용적으로 자극적이며 짧은 시간에 계속 새로운 자극이 제공되기 때문에 도파민을 폭발시킨다. 요즘엔 ‘팝콘 브레인’이라며, 과도한 숏폼 시청이 우리 뇌를 일상적 자극이 아닌 과도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만든다는 우려도 있다.

이렇듯 걱정은 많지만, 11시간씩 숏폼을 보는 이 연예인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필사도 하는 등 삶에서 부적응적 문제가 보이진 않았다.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비슷하게 숏폼을 친구 삼은 사람들의 동질감과 그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걱정이 합쳐진 결과가 아니었을까? 어찌 보면 쉬는 시간에 영상 하나도 압축적으로밖에 볼 수 없는 우리네 삶이 더 걱정스러운 것 같다.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