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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886조, 역대 최고 또 갈아치웠다…기준금리 동결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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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가계부채. 일러스트=김회룡

부동산과 가계부채. 일러스트=김회룡

지난해 말 가계 빚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증가 폭이 축소된 것에 주목하며 둔화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올해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등 외상거래) 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8조원 증가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이 15조2000억원 늘어나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187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한 분기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다만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4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6조5000억원 늘어나 3분기(14조4000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하고, 주담대도 3분기(17조3000억원)보다 4분기(15조2000억원)에 증가 폭이 축소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연간 가계신용 증가액이 18조8000억원으로 과거 10년 평균 증가 폭(90조4000억원)보다 적은 점도 들었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공급 속도 조절,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등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 등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조치가 4분기 증가세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주택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택 거래량이 낮은 수준을 보인 영향도 있다.

가계신용 추이. 자료 한국은행

가계신용 추이. 자료 한국은행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흐름이 올해에도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이 맞물려 대출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남아있어서다. 실제 올 1월 은행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늘어나 역대 1월 증감액 중 두 번째로 큰 수준을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시장금리가 먼저 떨어지자 대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2023년 말 기준 100.8%)을 100% 이내로 낮춰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이 비율이 80%가 넘으면 가계 빚 부담으로 성장세가 저해된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어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받는 원칙을 가계대출 전반에서 확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금리 인하 시기 금융권에서 대출 금리 과당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금융사별 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의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가 출시된 뒤 ‘대출 갈아타기’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이 촉발된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은도 22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9연속 동결한 뒤 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 관리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다시 살아나 다시 가계부채를 늘리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돼야 한다”며 “가격 조정 국면에서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 부양 효과 대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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