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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4%, 무당층이 줄기 시작했다...승부처 2030 선택은 [총선 D-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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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왼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왼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이 20일로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임박하자 그동안 여야 모두에게 마음을 주지 않던 ‘스윙보터(swing voter)’ 무당층 역시 출렁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무당층’(지지정당 없음+모름·무응답)은 최근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주차 조사 당시 33%에 달했던 무당층이 29%(1월 2주차)→26%(1월 4주차)→24%(2월 2주차)로 줄어든 것이다. NBS 조사와 마찬가지로 전화 면접 방식인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난해 12월 1주차 때 27%였던 무당층은 올해 들어서도 26%(1월 3주차)→24%(2월 3주차)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최대 38%(8월 1주차 NBS 조사)에 달하는 등 30%를 훌쩍 넘긴 적이 많았지만 최근 확연하게 감소한 것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반면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개혁신당 등 주요 정당의 지지율 총합은 같은 기간 ‘67%→71%→74%→76%’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주요 정당에 대한 지지를 접었던 유권자 상당수가 무당층으로 옮겨갔다가, 이제는 반대로 각 정당으로 재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조진만(정치외교학과) 덕성여대 교수는 “무당층은 특정 정당을 선호하지 않아 쏠림이 적은 집단이지만, 동기부여만 주어지면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현시점에서 무당층이 줄어든다는 건 이들이 각 정당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당이 이들의 마음을 사느냐에 따라 투표장에 나갈 가능성도 커지는 ‘스윙보터’ 성향이 완연하다는 뜻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무당층 가운데 다수를 형성하는 2030세대의 선택지다. 지난 5~7일 NBS 조사(2월 2주차)에서 18~29세 응답자 중 40%가, 30대 응답자의 39%가 각각 무당층이었다. 나머지 연령대의 무당층이 적게는 10%(70세 이상), 많게는 22%(40대)인 점과 대조적이다. 올해 1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30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4438만명)의 28.8%에 달하는 1277만명이었다.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31.4%)과 비슷하다. 하지만 2030은 무당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 총선 승부에 미치는 변수로서의 영향은 2030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무당층이 선거 때 더 주목받는 건 변동성이 커 예측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무쌍한 표심은 최근 개혁신당을 둘러싼 지지층의 움직임에서 엿볼 수 있다. 반(反)페미니즘 목소리로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인기를 끌던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정의당에서 페미니즘을 옹호하던 류호정 전 의원이 개혁신당에 합류하자 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기존 개혁신당 당원의 탈당 행렬이 이어지는 후폭풍이 일어난 것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2030 유권자 다수는 정권 심판에도, 야당 심판에도 별 관심이 없는 ‘심판 냉소증’을 가진 이들이 많다”며 “이들이 각 정당 캠페인에 반응해 투표장에 얼마나 나올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체 253개 선거구 중 47.8%에 해당하는 121개 지역구가 몰려 있는 ‘총선 최대 격전지’ 수도권에서도 무당층은 결정적 변수로 통한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영남,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과 달리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특정 정당 충성도가 낮다. 게다가 경제·민생 문제에 더 민감한 무당층 비중 역시 높다. 지난 총선 당시 10%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린 수도권 선거구가 39개에 달했던 만큼 무당층의 선택이 이번에도 판세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무당층은 정치 이슈나 인물에 마음이 끌리지 않으면 투표를 포기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특정 어젠다에 쏠려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는 경향도 있다”며 “앞으로 남은 50일은 무당층 끌어들이기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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