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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홍영표 뺀 "정체불명 여론조사"...이재명 시장때 용역업체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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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배제 여론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지역구 현역 의원은 쏙 빼고 친명계 인사를 넣어 돌린 ‘지역구 후보 적합도 조사’가 실시됐는데, 민주당은 해당 조사를 공식 부인하면서 당내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이인영(서울 구로갑), 홍영표(인천 부평을),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 지역구에서 이뤄진 여론조사였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업체의 이름으로 시행된 적합도·가상대결 조사에서 해당 지역 현역 의원 이름은 모두 빠졌다. 대신 서울 구로갑에선 19일 ‘23호 인재’로 영입된 이용우 변호사의 이름을 미리 넣은 여론조사가 진행됐고, 인천 부평갑에선 친명계 이동주 의원(비례)과 ‘4호 인재’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 두 명만을 조사했다. 광주 서갑 조사에선 정은경 전남대 의대 교수를 민주당 후보로 내세웠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당내 의원들은 19일 거세게 반발했다.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동작을)은 민주당 의원 전원이 속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시스템 공천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략 지역구도 아니고 경선 지정도 안 한 지역에 제3의 인물을 자꾸 넣어서 여론조사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 의원은 또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이 대표가 공천 관리 능력이 안 되면 2선으로 물러나라”라고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영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영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비선(秘線) 공천’ 의혹도 터져 나왔다. 4선 홍영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는 여론조사를 안 했다 하는데, 그러면 일부에서 이야기하듯 비선 조직에서 한 건가”라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도 “당 공식 기구가 아닌 별도의 조직에서 여론조사를 돌린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공관위가 돌린 조사가 아니다”(박희정 공천관리위 대변인) “전략공관위에선 조사한 적이 없다”(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라며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제3자가 주관하는 여론조사에서 현역을 제외하는 경우가 있는가”(호남의원)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가 아니면 이런 조사에 누가 500만원을 쓰겠나”(수도권 의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리서치디앤에이 홈페이지에는 현역 배제 여론조사로 논란이 된 ‘한국인텔리서치’가 옛 사명으로 기재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리서치디앤에이 홈페이지에는 현역 배제 여론조사로 논란이 된 ‘한국인텔리서치’가 옛 사명으로 기재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 취재 결과, 해당 여론조사를 한 업체는 ‘한국인텔리서치’였다. 이는 현재 여심위 등록 업체인 ‘리서치디앤에이’의 옛 사명이었다. 리서치디앤에이는 이달 초 ‘당원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민주당 총선 경선 ARS투표 시행업체로 추가 선정된 업체다. 민주당 당직자는 “당초 중앙당 선관위에서 PT 발표를 거쳐 3개 업체를 선정했는데, 뒤늦게 리서치디앤에이가 추가돼 4곳이 되었다”며 “무척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필모 민주당 중앙당선관위원장은 “실무진에서 조사업체가 너무 적다고 해서 선관위 의결로 업체 숫자를 늘린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인텔리서치’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 도전을 앞둔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을 받아 수행했었다. 업체 대표 김모(60)씨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인 7만여 명의 개인 정보를 특정 후보들에 건넨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리서치디앤에이(옛 한국인텔리서치) 2013년 작성한 성남시 만족도 조사보고서

리서치디앤에이(옛 한국인텔리서치) 2013년 작성한 성남시 만족도 조사보고서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리서치디앤에이는 법인이고 한국인텔리서치는 개인회사로 제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논란이 된 여론조사는 우리가 돌린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ARS 업체로 선정될 경우, 경선에 영향을 미치는 별도 여론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이 업체가 당의 공식적인 요청 없이 해당 조사를 했다면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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