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이후남의 영화몽상

달콤하고 기발한 맛의 초콜릿처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이후남 기자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초콜릿 공장 공장장 윌리 웡카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2005년 팀 버튼 감독의 같은 제목 영화에서는 조니 뎁이 연기했다. 이 영화 속 웡카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이자, 은둔형 CEO처럼 그려진다. 직원을 모두 해고한 뒤에도 그의 공장에선 여전히 초콜릿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러 해 동안 그의 모습을 본 사람도, 공장에 들어가 본 사람도 없다. 지독하게 가난한 소년 찰리(프레디 하이모어)를 포함해 5명의 아이가 ‘황금 티켓’에 당첨되어 공장에 초청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 ‘웡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 ‘웡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초콜릿 공장은 마치 동화 속 상상을 옮겨 놓은 것 같지만, 실은 웡카의 취향처럼 기괴한 면면이 있다. 기괴한 악취미는 주인공 찰리를 제외한 아이들이 탐욕 등으로 저마다 곤경을 자초하는 대목에서 두드러진다.

새로 나온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전의 이야기다. 이 영화의 웡카는 가진 건 없어도 남다른 초콜릿 제조 솜씨와 꿈이 있는 젊은이다. 대도시에 도착한 직후부터 탐욕스러운 이들의 계략 때문에 나락에 빠지지만, 고아 소녀 누들을 비롯한 조력자들의 마음을 얻고 힘을 합해 난관을 헤쳐나간다. 이런 밝고 유쾌한 젊은이가 훗날, 아니 앞서 조니 뎁이 연기한 것처럼 별난 사람이 되기까지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를 보기 전부터 궁금했던 대목인데, ‘웡카’는 그 답을 주진 않는다.

실은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웡카’는 원작자 로알드 달이 창조한 캐릭터에 바탕해 감독 폴 킹이 새로 만든 이야기다. 앞서 영국의 작가 마이클 본드의 동화에서 탄생한 곰 패딩턴을 실사영화 ‘패딩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재탄생시켰던 감독이다. ‘웡카’ 역시 동화 같은 상상과 마치 디즈니 영화처럼 가족 관객 눈높이에 맞춤한 전개를 수준급 연출로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 뮤지컬 영화에서 춤과 노래까지 소화하는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매력이다. 조니 뎁의 웡카가 달콤하고도 기괴한 맛의 초콜릿 같았다면, 샬라메의 웡카는 기괴함 없이 달콤함이 두드러진다.

‘웡카’에는 먹으면 몸이 둥실 떠오는 것을 비롯해 신기한 초콜릿도 여럿 나온다.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온 건, 먹으면 머리카락과 수염이 쑥쑥 자라는 초콜릿. 잘만 개발하면 발모제 시장의 혁명이 될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독이 든 초콜릿 취급을 받는다. 그러고 보니 발모 초콜릿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문제 있는 제품 취급을 받았다. 사실 초콜릿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장면에서도 딴 생각을 했다. 감탄보다 비만과 당뇨 걱정이 앞섰다. 이런 중년이라도 달콤하고 신기한 초콜릿을 가끔 먹는 건 즐거운 일일 터. 웡카의 삶에 대한 궁금증은 풀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 내심 만족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