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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기술 전한 ‘엔진 스승’ 미쓰비시…인도서 제자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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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인도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하는 주요 글로벌 차 기업들엔 인도가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 남지 않은 성장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 요소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쓰비시상사가 인도 TVS그룹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올 여름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혼다의 인도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TVS는 차량 판매업을 분사해 새 법인을 세우고 미쓰비시상사는 지분 30%를 투자한다. 새 법인은 일본의 다른 차 브랜드를 인도에서 판매하고 정비·보험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최근엔 인도법인 상장설에 대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1976년 포니 생산 당시 미쓰비시로부터 엔진·변속기 기술을 공급받았는데 인도에서 ‘스승-제자’ 간 경쟁을 벌이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믹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19일 “인도 정부의 수입 관세 정책 연장이 결정되며 테슬라의 인도 투자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글로벌 차 업계가 인도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성이다. 지난해 세계 인구 1위 자리를 차지한 인도는 차 산업 성장성이 큰 시장이다. 닛케이는 인도자동차제조협회(SIAM)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인도 신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7% 성장한 507만9985대로, 2년 연속 일본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인도 ‘두바퀴 세상’ 옛말…‘네바퀴 차’ 무섭게 팔린다

인도는 중국·미국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판매 규모 3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인도 신차 시장은 일본 스즈키의 현지 합작사 마루티-스즈키가 46.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다. 현대차·기아가 21.3%로 뒤를 잇는다. 현지 기업인 타타모터스와 마힌드라의 점유율은 각각 13.9%, 8.8%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다른 차 업체들로선 ‘미개척 시장’이므로 도전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특히 ‘두 바퀴’(이륜차) 주류던 인도 시장이 ‘네 바퀴’(사륜차)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사륜차(승용차)는 457만8639대가 팔리며 전년보다 25% 성장했다. 반면 이륜차와 삼륜차의 성장률은 각각 9%, 12%에 불과했다.

인도 정부의 자동차 관련 규제 강화도 기회로 작용한다. 인도 정부가 신차에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에어백 등 설치를 의무화(2018년)하고 자동차 배출 규제 강화(2020년) 등을 추진하면서 저가 차량이 줄고 있어서다. 특히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도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인 ‘2030년 전기차 30%’도 글로벌 차 기업들을 인도로 집결시키는 이유다. 인도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8만2105대로, 전년보다 배로 성장했다.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시장에 대해 “아주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인도 내 전기차 투자계획을 밝혔고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누적판매 100만대를 넘긴 SUV 크레타의 전기차 버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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