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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천천히”…바이든·트럼프, 누가 이기든 전기차 산업 ‘울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요 부진으로 침울한 전기차 시장이 ‘미국 대선’이라는 암초를 앞두고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차기 미국 대선 유력 후보들이 전기차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에 반대 입장을 내세워왔다. '내연차→전기차' 전환 속도를 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도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기세에 밀리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NO", 바이든 "천천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전기차 유턴'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며 “전기차 확대는 광기의 산물”(지난해 11월)이라고 비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육성과 직결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주장하며 연일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대해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그렇게 원하지 않고 전기차는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을 중국의 손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 때문에 전기차업계에선 공공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각오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문제는 ‘전기차 체제로의 빠른 전환’을 추진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도 한 발짝 물러섰다는 점이다. 내연차 중심의 자동차 업계와 노조의 반발에 '달래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그 이후부터는 급격히 판매량이 증가하는 내용으로 정책 계획을 수정하려고 한다”면서 “완성차 제조업체들에 전동화 전환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계획을 바꾼 데는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숀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지지에 앞서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우려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지지를 보류하고 있다”고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내연차→전기차 전환'이 자동차 업계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내연차보다 필요한 부품이 적은 탓에 필요한 인력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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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전기차, 빠른 추락 우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업계에서는 “누가 되든 전동화로 가는 길을 가로막을 수 없겠지만, 늦출 수는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세계적인 탄소 감축 흐름을 따라 입법화된 전동화 관련 정책을 전면 폐기하기는 어렵지만, 시점을 연기하거나 잡음이 일 수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는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IRA 등 녹색 보조금의 철회도 고려하고 있어 IRA 발효 후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IRA가 폐지되면 관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데 미국에 수조 원씩 투자해 전기차·배터리 공장 등을 지은 전기차 관련 업체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연초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전기차 제조에 나선 완성차업체들이 IRA와 같은 인센티브 정책 등이 없이 살아남기 어려울 거란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IRA를 만나 순풍을 타다가, IRA가 갑자기 사라져서 돈을 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모든 전기차 업체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다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도 "IRA와 같은 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으로의 침투가 한층 용이해진다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아예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내연차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확대를 꾀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미국 포드는 픽업트럭 F-150의 전기차 버전인 라이트닝 모델 생산 줄이고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의 20%를 늘릴 예정이다.

전기차에 ‘올인’했던 GM도 하이브리드 차종을 북미 시장에 재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도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라인업들을 활용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안정적인 판매 및 손익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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