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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전기차 업계…트럼프 지지율 오르자 좌불안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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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백악관을 탈환하면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부터 폐지하겠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열린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집회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가뜩이나 성장세가 주춤한 전기차 시장에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내년 미 대선은 전기차 시장에 일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친환경차 정책은 노선 변화가 예상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전동화로 가는 길을 가로막을 수 없겠지만 충분히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공장에 조(兆) 단위 투자를 하고 있는 K-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은 ‘트럼프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전기차 확대는 광기의 산물”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맹비난했다. “전기차는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미시간주의 위대한 자동차 산업은 사라질 것”이라면서다. 이어 “나는 이런 광기의 정책을 즉각 멈추겠다”고 적었다. UAW가 주로 활동하는 미시간주는 자동차 생산기지이자,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 주(州)로 꼽힌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7월 글로벌 전기차 등록 대수는 737만 대로 전년 동기(522만 대) 대비 41.2% 늘었다. 하지만 2017~2022년 평균 성장률 49.5%보다 크게 꺾였다. EV볼륨스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순수 전기차+하이브리드) 판매 대수를 기존 1430만 대에서 1377만 대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올 1~9월 순수 전기차는 11만5007대가 팔려 지난해 동기 대비해 2228대가 줄었다.

이같은 전기차 판매 실적에 대해 업계에선 각국 정부가 인프라 조성 없이 장밋빛 목표치만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학계 관계자는 “보조금 정책은 이젠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저가 전기차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종별 국내 판매량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

차종별 국내 판매량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신차의 50%로 확대한다고 했으나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는 5.8%에 그쳤다.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EU 내 자동차 업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고금리도 전기차 성장률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고태봉 센터장은 “고금리는 자동차 소비에 직격탄이다. 미국의 경우 할부와 리스가 전체의 84%를 차지하는데 내연기관 대비 가격이 비싼 전기차는 직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차종별 신차등록 대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유럽자동차공업협회]

유럽연합 차종별 신차등록 대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유럽자동차공업협회]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매력이 떨어진 것도 이유다. 중국과 영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전기차에 지원하던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고 있다.

전기차 성장률 하락에 따른 후폭풍은 후방 산업에서 극명하다. 배터리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는 이날 3분기 매출 1조9038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65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배터리 동박 사업에 나선 SKC는 올 3분기 2차전지소재 사업에서 영업적자 13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전방 산업에 속하는 완성차 기업은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확대하면서 실적 하락을 방어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내년 2분기부터 실적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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