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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도 27년 만에 연극 복귀…무대로 눈길 돌리는 스타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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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남행선'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그가 올해 27년만에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사진 매니지먼트 숲

지난해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남행선'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그가 올해 27년만에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사진 매니지먼트 숲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51)이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새 연극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전도연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건 ‘리타 길들이기’(1997)에 이어 두번째다. 연기 경력 32년간 50편 가까운 영화‧드라마에 출연하며 한국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배우상(‘밀양’)을 차지한 전도연이지만, 공연 출연은 창작가무극 '눈물의 여왕'(1998)이 마지막이었다.

전도연, 27년만에 연극 '벚꽃동산' 출연 #무대로 눈길 돌리는 스타들 이유는?

사이먼 스톤 "한국배우, 희비극 연기 세계적" 

‘벚꽃동산’은 LG아트센터가 사이먼 스톤과 손잡고 2020년부터 기획‧제작한 대작이다. 19세기 러시아 배경의 안톤 체호프 동명 희곡을 서울 배경으로 옮겨와 한국말로 공연한다. 원작의 벚나무 동산의 주인이자 몰락 귀족 라네프스카야 부인과 주변 인물들을, 수십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몰라보게 변한 도시 풍경과 맞닥뜨린 사람들로 변주했다.

가극 '눈물의 여왕'에 출연 당시 주연 배우 전도연, 이혜영이 무대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중앙포토]

가극 '눈물의 여왕'에 출연 당시 주연 배우 전도연, 이혜영이 무대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중앙포토]

한국영화와 책을 200편 넘게 섭렵한 사이먼 스톤은 주연 전도연을 비롯해 나머지 배역도 평소 눈여겨본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최근 LG아트센터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한국 배우들은 희‧비극을 넘나드는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한국과 서울의 모습이 (원작 속) 1905년 러시아 혁명 시대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 데뷔작 ‘접속’(1997) 성공 이후 무대라는 의외의 행보를 택했던 전도연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드라마 ‘일타스캔들’(tvN) 등 제2의 전성기에 또 다시 무대로 향하게 됐다.

박해수·손석구·박보검 뜨자 객석 완판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레드카펫 행사에서 뮤지컬 '렛미플라이' 박보검(왼쪽부터), 나하나, 안지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레드카펫 행사에서 뮤지컬 '렛미플라이' 박보검(왼쪽부터), 나하나, 안지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에게 무대는 스스로 연기력을 검증하는 시험대이자,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을 만끽할 기회다. ‘파우스트’의 박해수, ‘나무 위의 군대’의 손석구, ‘리차드3세’의 황정민 등 영상 작품에 왕성하게 출연 중인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뮤지컬 ‘렛미플라이’를 택한 박보검은 이전 시즌 공연을 보고 반해 직접 출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스타들의 무대 행보가 늘어난 데는 개봉·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이른바 '창고 작품' 때문에 영화‧드라마 촬영 자체가 줄었다는 속사정도 있다. 이와 함께 갈수록 스타 의존도가 높아지는 공연계 흥행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연극 와이프 페어컷. 왼쪽부터 김려은(데이지), 박지아(수잔나), 최수영(데이지), 김소진(수잔나). 사진 글림컴퍼니

연극 와이프 페어컷. 왼쪽부터 김려은(데이지), 박지아(수잔나), 최수영(데이지), 김소진(수잔나). 사진 글림컴퍼니

실제로 지난해 ‘파우스트’, ‘나무 위의 군대’, ‘렛미플라이’는 연일 매진 사례였다. 배우 김유정‧전소민 등이 출연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박하선이 1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바닷마을 다이어리’, 올해 소녀시대 출신 수영, 배우 김소진 등이 출연한 ‘와이프’도 티켓이 불티나게 팔렸다.

"대본 안보고 '연극 안한다'던 소속사들 달라져"

뮤지컬 기획‧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는 “티켓값이 비싸지면서 스타 출연작에 대한 관객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면서 “특히 영상 매체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배우의 티켓 파워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들도 극소수 톱스타를 제외하면 영화‧드라마 진출 여부에 따라 관객 동원력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공연 중인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는 12년 만에 뮤지컬에 복귀한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을 비롯해 한류 드라마‧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출연으로 팬덤을 얻은 뮤지컬 출신 배우 김성철‧이규형이 외국인 팬덤까지 끌어들이며, 이전 시즌의 2배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배우 김히어라가 출연한 뮤지컬 ‘프리다’도 지난해 흥행에 성공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박해수‧황정민 등 연극을 꾸준히 하는 배우들을 통해 무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영화·드라마 제작편수가 줄어들면서 소속사들 반응도 달라졌다. 예전엔 대본도 안 보고 단박에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작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음달 개막하는 뮤지컬 '헤드윅' 포스터. 사진 쇼노트

다음달 개막하는 뮤지컬 '헤드윅' 포스터. 사진 쇼노트

올해도 무대 위는 더욱 화려해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아트’에선 드라마‧뮤지컬을 넘나든 배우 엄기준, 연극에 첫 도전한 배우 성훈 등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감독 겸 배우로 활동해온 방은진도 17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로 오랜만에 무대 복귀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tvN) 동료 조정석‧유연석도 각각 8년‧7년 만에 뮤지컬 ‘헤드윅’ 주연으로 돌아온다. ‘헤드윅’은 다음 달 22일부터 서울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한다.
다만, 스타 출연작은 흥행하고, 스타가 없으면 공연장이 텅 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스타 배우들을 선호하면서 무대가 본업인 배우, 신인들의 자리가 줄어든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스타 출연 공연만 주목받다 보면 전체 공연 시장 관객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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