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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박살내겠다" 팀장의 협박…'블랙리스트' 오르자 취업 막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팀장의 폭언이 계속돼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팀장은 제가 다른 회사의 면접을 봤다는 사실을 안 뒤 저를 불러 ‘업계 평판을 박살 내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0조에서 취업방해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시장 곳곳에서 근로자들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회사가 만든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퇴직 뒤에도 취업 방해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18일 제보 사례를 공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가 블랙리스트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는 블랙리스트로 불이익을 받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의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

단체는 이 때문에 퇴사를 방해·종용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취업 방해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 자동차회사의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 A씨는 소장의 갑질에 항의하며 동료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건의 사항을 작성해 제출했다가 퇴사했다. 그 뒤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가 고용주에게 “이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받았다.

이후 B씨는 이직했으나 고용주는 새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 “B씨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씨는 상담에서 “무섭고 두려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물류센터 노동자 1만6450명의 채용을 막고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는 이에 대해서도 “(의혹이 사실이라면)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엄연한 범죄”라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영은 결코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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