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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 겨눈 행동주의 펀드…밸류업 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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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칼’(행동주의 펀드)과 ‘방패’(기업들의 주주환원)가 정면으로 맞부딪치고 있다. 기업들은 창사 이래 첫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앞다퉈 나서고 주주환원 논의는 역대급으로 많아졌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오는 26일로 임박한 가운데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 열풍과 주주가치 증대 기대가 시장을 달구고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8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2011년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 결정이다. ‘문어발 상장’으로 비판받아온 카카오 역시 최근 자사주 소각과 배당(주당 61원)을 결정했다. 약 1343억원 규모로 잉여현금흐름(FCF)의 30%에 해당한다. 낮은 주가로 주주들의 원성을 들어 온 게임회사들도 대거 주주환원에 나섰다. NHN과 네오위즈는 창사 이래 첫 배당을 결정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과 3월 주총을 앞두고 거세지는 행동주의 펀드 공세의 영향이 크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으로 명분이 생겼고, 저PBR주를 대거 담고 있어 펀드 성과도 좋아 기세가 거세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을 선제적으로 수용한 기업도 있다. 삼양패키징은 최근 현금배당(보통주 1주당 500원 현금배당)에 이어 7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금 배당을 잘하는 기업이지만, 주가 부양에 보다 효과가 큰 자사주 매입·소각을 배당 대신 권했는데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행주 7곳),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KT&G) 등이 주주 행동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정부 정책만으로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주장과 행동이 촉매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 주가 상승만 노린 주주 제안이 많아질 경우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한국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펀드는 삼성물산에 올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요구했다. 삼성물산 측은 “펀드들의 요구는 경영상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도 “회사 경영진과 주주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건설적인 행동주의 제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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