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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트레커스', 동계 백두대간 700㎞ 완주…"에코 트레킹에 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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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오전 7시, 경남 함양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오른 김미곤(왼쪽) 대장과 이억만씨, 김영주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진부령을 출발해 47일만에 지리산에 도착해 동계 백두대간 700㎞를 완주했다. 김영주 기자

2월 15일 오전 7시, 경남 함양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오른 김미곤(왼쪽) 대장과 이억만씨, 김영주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진부령을 출발해 47일만에 지리산에 도착해 동계 백두대간 700㎞를 완주했다. 김영주 기자

더중앙플러스의 걷기 콘텐트 [호모 트레커스] 취재팀이 신년 기획으로 추진한 ‘백두대간 동계 일시종주’를 성공리에 마쳤다.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를 완등한 김미곤(52) 대장과 산악인 이억만(63)씨, 본지 김영주 기자로 꾸려진 취재팀은 지난해 12월 31일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520m)을 출발해 지난 15일 지리산 천왕봉(1915m)까지 백두대간 능선 700㎞(우회 길 포함)를 47일 만에 완주했다. 더중앙플러스는 중앙일보의 온라인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다.

2월 13일, 전북 남원 고기리에서 지리산으로 드는 호모 트레커스 취재팀. 앞부터 이억만씨, 김영주 기자, 김미곤 대장. 사진 한국산악교류협회

2월 13일, 전북 남원 고기리에서 지리산으로 드는 호모 트레커스 취재팀. 앞부터 이억만씨, 김영주 기자, 김미곤 대장. 사진 한국산악교류협회

백두대간은 백두산(2749m)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큰 산줄기로 장장 1400㎞에 달한다. 이 중 남한 구간은 약 700㎞다. 취재팀은 지난 1월 3일 폭설을 뚫고 설악산 대청봉(1708m)에 올랐으며, 이후 1월 17일 태백산 장군봉(1567m)과 2월 6일 덕유산 향적봉(1614m) 등을 거쳐 마침내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 당도했다. ‘6일 걷고 하루 쉬는’ 일정으로 꼬박 39일간 걸었다. 유난히 눈이 많은 겨울이었지만,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계획대로 걸었다. 하루 평균 거리는 약 18㎞다.

2월 8일, 경남 함양군 남덕유산 서봉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능선. 맨 뒤에 지리산 주능선이 선명하다. 김영주 기자.

2월 8일, 경남 함양군 남덕유산 서봉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능선. 맨 뒤에 지리산 주능선이 선명하다. 김영주 기자.

호모 트레커스의 백두대간 종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산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올해처럼 적설량이 많은 때에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 700㎞ 산길을 단번에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인정(79)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산악계에서도 동계 일시 종주를 하는 사람이 사라지다시피 한 시점에서 언론사가 나서 우리 산하의 겨울 정취를 전하는 동시에 인내와 고통 끝에 성취감이 따른다는 백두대간 종주의 의미를 되새겨줘 고맙다”고 했다.

백두대간과 13정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림청]

백두대간과 13정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림청]

취재팀은 백두대간 트레일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에코 트레킹’을 실천했다. ‘적게 먹고 많이 걷자’를 모티브로 애당초 최소한의 식량과 장비로 산에 들었으며, 특히 걷는 동안 배변 봉투를 통해 대변까지 수거했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LNT(Leave No Trace, 산에서 흔적 남기지 않기)’의 문화의 일환이다. 산에 드는 자는 먹는 것부터 배변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취재팀이 야영 중 끼니로 삼은 알파미. 100g의 건조 밥에 160g의 물을 부으면 260g(2인분)의 고슬고슬한 밥이 된다. 김영주 기자

취재팀이 야영 중 끼니로 삼은 알파미. 100g의 건조 밥에 160g의 물을 부으면 260g(2인분)의 고슬고슬한 밥이 된다. 김영주 기자

이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최근 네팔 산악계는 올해부터 배변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산악인에겐 에베레스트(8848m) 등반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수십 년 쌓인 대소변이 5000m 이상 빙하 지역의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990년대 이후 탐방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백두대간 능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선 백두대간인문학연구소장은 “최근 세계 산악계와 하이킹의 추세를 볼 때 앞으로 백두대간 트레일에서도 배변 봉투 사용이 늘어나고, 그렇게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는 김영주(왼쪽) 기자와 김미곤 대장. 47일만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백두대간 동계 종주를 마무리했다. 김영주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는 김영주(왼쪽) 기자와 김미곤 대장. 47일만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백두대간 동계 종주를 마무리했다. 김영주 기자

취재팀의 백두대간 종주는 여성 산악인 남난희(67)씨가 1980년 시도한 동계 ‘산맥 종주(부산 금정산~진부령)’에서 영감을 얻었다. 남씨는 그해 1월 1일부터 76일간 700㎞ 산길을 홀로 걸었다. 산맥 종주의 시초나 다름없었으며, 이후 백두대간을 다섯 번 더 완주했다. 남씨는 종주를 마친 취재팀을 찾아와 격려했다. 그는 “백두대간 종주를 한 사람은 그날부터 ‘산 인생’이 바뀌게 된다. 김미곤 대장을 포함한 세 명의 인생이 오늘부터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소한의 식량으로 산에 든다는 것, 배변 봉투까지 갖고 가 오물을 수거한 점에 박수를 보낸다”며 “향후 백두대간 종주 문화에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2월 6일 전북 무주 백암봉 오르기 전, 허리까지 빠지는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김영주 기자. 김영주 기자

2월 6일 전북 무주 백암봉 오르기 전, 허리까지 빠지는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김영주 기자. 김영주 기자

47일 동안 취재팀은 수시로 위기를 맞았다. 설악산 일대에 폭설이 내리는 등 강원도 구간 대부분을 러셀(신설이 내린 후 길을 내는 작업)을 해야 했다. 또 조령산(경북 문경) 바위 구간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위험천만했다. 가장 위험한 날은 지난 2월 6일 덕유산국립공원 신풍령(경남 거창)~백암봉(1480m, 전북 무주) 구간을 걸을 때였다. 이날 취재팀은 허리까지 빠지는 길을 헤치며 길을 개척해야 했다. 이날 13㎞를 13시간 동안 걸어 천신만고 끝에 향적봉대피소로 대피했다.

2월 8일, 전북 장수군 민령에서 야영 중인 호모 트레커스 취재팀. 김영주 기자

2월 8일, 전북 장수군 민령에서 야영 중인 호모 트레커스 취재팀. 김영주 기자

김미곤 대장은 “히말라야 8000m 등반보다 더 인내를 요구하는 발걸음이었다”며 “세 명의 호흡이 잘 맞았고, 모두 동료를 위하는 희생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8000m 14좌 완등자 7명 중 유일하게 히말라야 등반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오는 4월 네팔의 미등정봉 주갈(6591m)에 도전장을 내고, 세계 초등을 노린다. 또 내년엔 세계 최초로 남극 대륙 횡단을 준비 중이다. 북서쪽 세종기지를 출발해 남극점을 찍고 남쪽 장보고기지까지 2800㎞ 구간을 100㎏ 이상 무게의 썰매를 끌고 가야 한다. 아직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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