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표 명소인 수성못의 둥지섬을 점령한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가 줄고 있다. 수성구가 설치한 ‘독수리 모형’ 덕분이다. 그동안 민물가마우지는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꼽혔다.
15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는 해마다 1~2월이 되면 수성못에 위치한 1200㎡ 면적의 작은 섬인 둥지섬을 점령했다. 낮에는 50마리, 밤에는 500마리 정도 관찰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후부터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해 현재는 낮에만 10여 마리가 떠도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성구 관계자는 “올 3월 번식기가 도래하기 전에 독수리 모형 설치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는데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겨울에만 찾아오던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봄에는 떠나야 하는데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다 보니 3년 전쯤부터는 수성못에 자리를 잡고 텃새가 됐다. 민물가마우지는 수백 마리씩 무리 지어 왜가리·물닭·청둥오리 등 다른 종을 밀어냈고, 요산 성분이 많은 하얀 배설물은 토양오염과 수목 고사 등 각종 문제를 유발했다.
앞서 2022년과 지난해에 수성구는 ▶둥지 제거 ▶고압살수장치·스프링클러 설치와 살수 ▶조류기피제 설치 ▶초음파 퇴치기 설치 등 특단의 조처를 했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지난달 500여 마리가 산란을 위해 62개 둥지를 짓자, 섬은 다시 배설물로 하얗게 변했다.
이에 수성구는 지난달 말 둥지섬 나무 곳곳에 천적 모형 40개를 설치했다. 천적인 독수리 모형과 빛을 반사해 경계심을 주는 반사 모형 등이다. 또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지 못하도록 가지를 치고, 산란기 후 시행했던 둥지 제거를 산란 전에 실시해 62개 둥지를 모두 철거했다. 또 배설물로 오염된 나무와 둥지섬을 세척하고 지속적인 관찰로 서식 환경을 교란했다. 이를 통해 민물가마우지가 둥지섬으로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그 결과 현재 둥지섬에는 낮 동안만 10마리 미만이 잠시 머물고 밤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성구는 2028년까지 수성못의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조절과 둥지섬 생태계 복원을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를 조절해 아름다운 둥지섬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민물가마우지는 물고기 등 먹이를 하루 700g 정도 먹어 치우는 대식가로 조류 중 최상위 포식자다. 평균 3~5개 정도 알을 낳고 평균수명은 15년이다. 또 기존 번식지로 다시 찾아오는 특성이 있다. 특히 사람 접근이 어려운 해양 무인도나 섬 등에 집단서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후변화 등으로 국내에서 2000년대 이후 일부 개체가 텃새화하기 시작해 전국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강원도에서는 양구군 등에 터를 잡은 1만2000마리가 어민이 강에 쳐 놓은 그물을 망가뜨리면서 어획량이 20% 감소하는 등 피해를 줬다. 전남 여수 장군도 숲 등도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하얗게 변하는 등 골머리를 앓았다. 환경부 조사 결과 민물가마우지 둥지 수가 2018년 3783개에서 지난해 상반기 5857개로 1.5배 이상 증가하자, 환경부는 지난해 말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오는 3월부터 포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