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년 전 다큐 ‘백년전쟁’ 이승만·박정희 공격…역사전쟁 더 첨예해진 계기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77호 02면

영화 ‘건국전쟁’ 흥행을 이해하기 위해선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상반기에 진보 성향의 시민방송(RTV)이 두 편의 ‘백년전쟁’을 공개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임을 내세운 ‘백년전쟁’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공격했다. 이 전 대통령을 두곤 플레이보이, 하와이 깡패라고 비난하고 독립운동 성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스네이크 박’이라며 일본 침략주의자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가며 경제성장의 공로를 가로챈 인물로 그렸다. 당시 민주당을 위시한 진보 진영은 이를 대대적으로 전파했다.

반발도 거세졌다. 보수 진영에선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로 여겼다. 진보·보수, 보수·진보 간 역사전쟁이 더욱 첨예하게 된 계기였다.

관련기사

같은 해 방통위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했다”라거나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시민방송을 제재했다. 시민방송은 이를 법정으로 가져갔다. 1·2심은 방통위의 손을 들었다. ‘백년전쟁’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수그러드나 싶던 사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 달아올랐다. 진보 쪽 사관이 두드러져서였는데,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원심 파기 판결도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특히 13인의 대법관이 6대6으로 양분됐을 때 김명수 대법원장이 마지막으로 표를 던져 시민방송 편을 든 게 논란이 됐다. 팽팽할 경우 전합 재판장인 대법원장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끄는 게 불문율이어서다.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은 “더이상 거짓 이데올로기로 한평생 대한민국만을 생각했던 ‘이승만’이란 한 노인을 죽이는 일은 멈춰야 한다는 바람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