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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외엔 수술 연기"…전공의 사직 시한 19일이 고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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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호 03면

의료대란 우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16일 오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집단행동 전공의들에 대해 “이번에는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속히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16일 오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집단행동 전공의들에 대해 “이번에는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속히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서울의 ‘빅5’를 비롯한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진료 차질에 대한 환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16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가장 많은 서울성모병원은 아직까진 평소와 별 차이 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혹여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혈액암 투병 중이라는 이모(50)씨는 “오늘 진료에는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 나처럼 항암약을 하루라도 빠뜨려서는 안 되는 환자는 이런 상황이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에서 환자들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무릎을 다친 아들 치료를 위해 강원도 인제에서 왔다는 50대 최모씨는 “매달 병원에 와야 하는 상황이라 그렇잖아도 파업 소식에 ‘큰일 났다’ 싶었다”며 “시골은 정말 의사가 부족해 이렇게 시간을 내서 서울까지 오는 건데, 의사들이 병원을 갑자기 비우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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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장 이식을 받은 뒤 한 달 반에 한 번 검사와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는 정모(60)씨도 의사 파업에 대해 “불안하긴 하다”면서도 “집단 행동하는 의사들은 면허를 박탈해서라도 이번엔 늘릴 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의사 아니냐”며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처럼 생명과 직결된 과에 사람이 부족하다는데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건 기득권 유지를 위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사직서를 내고 실제 출근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불응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렇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게는 면허 취소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공의 사직이 시작되자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집단 연가 수용 불허 및 필수 의료 유지 명령도 내렸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적 처분은 절차대로, 기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동일한 조치가 간다. 10명이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에게 동일한 처분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 의사 10명을 고발했다 취하한 것과 달리 “이번엔 2020년과 같은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차관은 “응급의료법에 따라 409개 응급의료기관은 비상 진료 체계 유지 및 당직 현황 사전 점검 등을 할 예정”이라며 “전공의가 많은 수련병원의 경우 비상 진료 대책을 각급 병원 및 지역별로 수립한 데 이어 복지부 차원의 중앙 단위 계획도 수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우선 필수 의료 인력을 기관 내에서 탄력적으로 재배치하고, 대형병원에서는 중환자 중심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의 경우 인근 병원으로 가급적 회송하도록 기본 방침이 돼 있다”며 “(인력 공백이) 장기화되면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조치도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진료 보조 간호사를 추가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국의 군 병원과 지방의료원·국립대병원 등 전국 230여 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등 공공 자원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런 가운데 사직서를 내고 진료 거부에 나선 전공의 대다수가 정부의 복귀 명령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전공의가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한 것으로 의심이 가는 12개 수련병원 현장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점검 결과 이들 병원 중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한 곳은 10개 병원으로 그중 23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7개 병원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는데 현장 확인 결과 사직서 제출 전공의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직서를 제출한 10개 병원 중 4개 병원에서는 전공의 103명이 출근하지 않고 진료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는 이들 103명에게 의료법(제59조 제2항)에 따라 즉각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서울성모병원 48명, 부천성모병원 29명, 성빈센트병원 25명, 대전성모병원 1명 등이다. 그런데 이들 103명 중 100명이 이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이후 진료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복귀하지 않은 3명에겐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요청했다.

일단 대다수 전공의가 복귀는 했지만 서울의 빅5 병원 전공의들이 19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엔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여서 ‘의료대란’이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인턴은 복귀했지만 레지던트도 있기 때문에 20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의료진들도 의료 현장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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