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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교육경쟁…젊은 부부들 죄수의 딜레마 빠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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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호 14면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저출산 해법과 관련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저출산 해법과 관련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가파른 물가보다 더 오른 게 있다면 사교육비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5.1%)을 크게 웃돌았다. 입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더해 최근엔 이 같은 ‘과도한 교육 경쟁’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과잉 경쟁’을 언급한 것도, 지난달 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저출산위 회의에서 발제를 맡았던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자신이 겪은 숨 막히는 교육 경쟁을 자녀에게까지 대물림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그렇다고 마냥 경쟁을 외면만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출산과 육아를 책임질 젊은 세대가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저출산위 6·7기 위원으로 활동하며 저출산 해법 마련에 힘을 모아 왔다.

1990년대생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데.
“90년대생은 현재 결혼과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중심 세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그 어느 세대 못지않게 치열한 교육 경쟁을 겪어야 했다. 당장 부모의 교육열이 엄청났다. 대부분 60년대생인 이들 부모는 90년대 중반 이후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고학력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몸소 체험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 등 대학과 전공 서열화도 심화됐다. ‘돈 벌려면 SKY 대학에 가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대입 수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학교는 어느새 내신 점수에 사활을 거는 ‘전쟁터’가 돼버렸다. 이 과정을 60년대생 부모와 90년대생 자녀가 함께 겪어온 거다.”

EBS가 2022년 입소스에 의뢰해 5개국의 20대 청년들에게 ‘본인이 경험한 교육 시스템을 자녀가 경험해도 좋은가’를 물었을 때도 한국의 20대가 가장 높은 부정적 응답률(49.6%)을 기록했다. 김 교수는 “출발선 하나에 결승점 하나를 두고 등급이 매겨지는 과도한 경쟁에 대한 젊은 세대의 피로감이 매우 높다는 증거”라며 “이를 대물림하긴 싫지만 과잉 경쟁이 해소될 거라고 기대하기 힘든 것 또한 현실이다 보니 자연스레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수저 계급론’을 언급했다. “90년대생은 세대 간 소득이동성이 낮다. 계층 이동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이들 세대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다 싶으면 결혼과 출산은 더욱 꺼릴 수밖에 없게 된다.”

만만찮은 사교육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사교육 시장 또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과도한 경쟁의 폐해를 다들 알면서도 나만 사교육을 외면할 순 없다는 생각에 결국엔 너도나도 사교육비를 늘리고 있지 않나. 결국 불안감에 의한 가수요가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키고 있는데,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긴 결코 쉽지 않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과도한 교육 경쟁’에 보다 초점을 맞추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잉 경쟁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교육 투자 효율성 지표의 경우 1980년 1.23에서 2015년엔 0.31로 되레 떨어졌다. 우리나라 성인이 교육받은 평균 연수 대비 경제성장률을 의미하는 지표로, 그만큼 교육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적극 나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기초 역량부터 키우는 영유아 의무교육 도입이나 ‘오로지 대입’ 대신 진로 설계에 방점을 둔 중등교육 투자 확대 등도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학생이 하나의 목표점에만 집중하는 초경쟁사회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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