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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령받고 스텔스기 반대” 충북동지회 징역 12년 선고

중앙일보

입력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운영하던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캡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운영하던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캡처]

“충북동지회 북한 지령받고 결성” 

북한의 지령을 받아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등 이적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3명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승주)는 1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충북동지회 고문 박모(60)씨와 위원장 손모(50)씨, 연락 담당 윤모(53)씨에게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021년 9월 기소된 지 883일 만이다. 이는 이 사건 재판을 맡은 청주지법의 형사 1심 합의부 전체 사건 평균 처리 기간(203일)의 4배를 넘긴 것이다. 앞서 검찰은 박씨와 윤씨에게 각각 징역 20년을, 손씨에게는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피고인인 충북동지회 부위원장 박모(53)씨는 그가 낸 법관 기피 신청이 지난 1일 대법원 기각 결정이 나면서 오는 21일 재판을 재개한다. 박씨 선고 기일은 미정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충북동지회를 구성한 뒤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행동했으며, 이를 북한에 보고했다. 공작금 미화 2만불도 수수했다”며 “이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미치는 위해가 적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충북동지회 성격에 대해서는 “정보 탐지와 동조자 포섭, 지하당 세를 불려서 영향을 미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검찰 주장대로 국가기밀을 탐지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들이 획득한 정보의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지난 2017년 5월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지난 2017년 5월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통신·보고문 증거 인정…금품수수도 유죄 

검찰은 이들 3명에게 목적수행 간첩 활동과 특수잠입·탈출, 이적단체의 구성, 회합·통신, 금품수수, 편의제공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다수 적용했다. 충북동지회를 북한 공작원 지령으로 2017년 결성한 이적단체로 봤다. 이들은 이후 4년 동안 충북에서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시위와 ‘통일 밤 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 운동’, 진보정당 등 주요 인사 포섭과 동향 파악 등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또 수시로 모여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동일한 내용의 사상을 학습하고, 2019년 11월께 중국 심양으로 건너가 공작금 미화 2만 달러를 수수했다. 이들이 소지했던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는 북한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이 발견됐다. 충북동지회가 북한 지령에 따라 활동했고, 결과를 수시로 보고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충북동지회가 일정한 규율과 조직, 역할 등 통솔형태를 갖춘 형법상 범죄단체로 봤다. 다만 국가보안법이 인정하는 범죄단체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김승주 판사는 “충북동지회가 실제로 활동한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 공작원과 회합·통신을 목적으로 구성한 단체로는 볼 수 있지만, 국보법상 이적단체로 보긴 어렵다”며 “동조자를 포섭하려 했으나, 손씨의 전 부인인 김모씨 외에 실질적으로 포섭한 사람이 없는 데다 활동이 성공적이지 못했다. 편의제공 혐의는 회합·통신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디펜스(Vigilant Defense)가 한반도에서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오후 우리 공군에 실전 배치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충북 청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디펜스(Vigilant Defense)가 한반도에서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오후 우리 공군에 실전 배치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충북 청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재판부 “포섭 활동 실패…수집 정보, 가치 낮다” 

북한 공작원을 만나기 위해 북한이 아닌 캄보디아 등으로 입출국한 것을 특수잠입·탈출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충북동지회가 북한 사상을 학습한 동조죄(국보법 7조 찬양·고무)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피고인을 포함해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온 5명이 생각을 공유한 것이지,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은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 총 11개월간 재판을 중단시켰다. 변호인도 수시로 교체했다. 이 때문에 1심 재판은 2021년 10월 첫 공판이 열린 지 27개월여 만인 지난달 29일에야 변론이 마무리됐다. 또 피고인들은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재판중단'·'망명지원'등을 위한 특별 절차를 요청했다. 법조계에선 "다양한 법 기술을 이용해 지나치게 재판 절차를 지연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피고인 3명은 선고 직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충북동지회란 조직을 결성한 적도 없고, 공작원 접선 영상이나 지령 수신문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증거를 검찰이 채택한 것”이라며 “선고 형량과 관계없이 유엔에 국외 망명 신청을 지속해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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