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서 제출한 그 병원…"불안해요" 혈액암 환자는 떨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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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서울 ‘빅5’를 비롯한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진료 차질 걱정이 커지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 병원은 서울성모·고대구로·부천성모·원광대·조선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경찰병원 등 7곳이다. 이들 병원에서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기로 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이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기로 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이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환자들 진료 차질 우려…“그래도 의사 늘려야” 목소리도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가장 많은 서울성모병원(인턴 58명 전원)은 아직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혹여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다. 혈액암 투병 중이라는 이모(50)씨는 “오늘 진료에는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 나처럼 항암 약을 하루라도 빠뜨려서는 안 되는 환자는 이런 상황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에서 환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무릎을 다친 아들 치료를 위해 강원도 인제에서 왔다는 50대 최모씨는 “매달 병원에 와야 하는 상황이라 안 그래도 파업 소식에 ‘큰일 났다’ 싶었다”며 “시골은 정말 의사가 부족해서 이렇게 시간 내서 서울까지 오는 건데, 의사들이 병원을 갑자기 비우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장 이식을 받고 한달 반에 한번 검사와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는 정모(60)씨도 의사 파업에 대해 “불안하긴 하다”면서도 “집단행동하는 의사들은 면허를 박탈해서라도 이번에는 늘릴 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의사 아니냐”며 “응급의학과·산부인과 같이 생명과 직결된 과에 사람이 부족하다는데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건 기득권 유지를 위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 “법적 처분 기계적으로 진행…선처 없다”

정부는 사직서를 내고 실제 출근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불응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렇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게는 면허 취소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16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에서는 전날 전공의 7명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뉴스1

16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에서는 전날 전공의 7명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뉴스1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법적 처분은 절차대로, 기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동일한 조치가 간다. 10명이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에게 동일한 처분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 의사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한 것과 달리 “2020년과 같은 구제 절차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빅5 병원(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병) 등 주요 대형병원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의료공백에 대해서는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빅5 전공의 대표들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오는 19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병원 전체 의사 중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소 33.8%(서울성모병원)에서 최대 46.2%(서울대병원)에 달해, 예고대로 전공의 전원이 병원을 비우면 적잖은 공백이 발생할 전망이다.

‘빅5’ 의사 40%가 전공의…“비상진료대책 수립돼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차관은 “응급의료법에 따라서 409개 응급의료기관은 비상진료체계 유지 의무, 당직 현황 사전파악 및 점검 등을 할 예정”이라며 “전공의가 많은 수련병원의 경우 비상진료대책을 각급 병원 및 지역별로도 수립하고, 복지부 차원의 중앙 단위 계획도 수립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필수의료 인력을 기관 내에서 탄력적으로 재배치하고, 대형병원에서는 중환자 중심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경증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가급적 회송하도록 기본 방침이 되어 있다”며 “(인력 공백이) 장기화되면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조치들이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가 인력으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국 군 병원과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 등 전국 230여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등 공공 자원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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