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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동의’ 필요한 의대 휴학, 집단 행동 가능할까…교육부 “학칙대로 처리하라” 엄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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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한 학생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한 학생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국 40개 의과대 학생들이 ‘동맹 휴학’ 결의를 논의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엄정하게 학칙대로 처리해 달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학부모·지도 교수의 동의서가 있어야만 휴학할 수 있는 의대가 대다수인 만큼, 사실상 의대생의 결의만으로 휴학 처리가 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교육부 “잘못된 선택으로 불이익받는 일 없도록”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6일 오후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무처장단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의대생 집단행동과 관련해 각 대학에 관련 법령과 학칙 등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장관은 고등교육법 제5조에 따라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권이 있다. 이를 근거로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동맹휴학에 나설 경우 학습권 보호를 명분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교육부 측은 “학생들의 휴학 신청 등에 대해 요건과 처리 절차를 정당하게 지켜 소위 ‘동맹 휴학’이 승인되지 않도록 학사관리를 엄정하게 할 것을 당부했다”며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과 학부모에게 적극적인 설명과 지도를 실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또 “회의에 참여한 교무처장 등 대학 관계자들도 동맹 휴학으로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는 ‘국립대병원 및 의과대학 상황대책반’을 만들어 이날부터 대학별 학생 동향을 상시 점검한다고 밝혔다. 집단행동 관련 상황을 파악해 상시 대응하기 위해서다. 40개 의과대학 학생 대표기구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오후 임시총회를 열어 오는 20일 동맹휴학 진행 여부를 포함, 향후 수업 참여 여부와 앞으로의 단체 행동 계획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사진 의대협 SNS 캡쳐

사진 의대협 SNS 캡쳐

휴학 절차 까다로워…불출석 쌓이면 유급될 수도

다만 의대생의 휴학 처리 절차가 간단하지 않은 만큼, 학생이 휴학을 신청한다 해도 모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학년 학생들이 1년간 동맹 휴학하기로 한 한림대 의대의 경우, 학칙상 휴학하려면 학부모의 휴학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 이후 학교 측이 다시 학부모에게 휴학 의사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지도교수·학과장 면담 후 휴학 승인도 받아야 한다. 한림대 외 다른 의과대학 대다수도 지도교수 면담을 거친 후 당사자가 직접 휴학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앙도서관을 경유해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등 추가 절차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

게다가 교육부가 “학칙대로 처리하라”고 주문한 만큼, 휴학생이 아닌 상태에서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출석 기간이 길어질 경우 유급 처리될 수도 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유급 횟수가 3번이면 제적된다.

“2020년 코로나 때랑 달라…집단행동 실효성 크지 않을 것”

유급을 감수하고 동맹휴학에 돌입한다 해도, 집단행동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대생의 집단행동으로 가장 위력적인 카드는 의사 국가시험 거부인데, 이미 지난달 필기시험이 치러져 합격자 발표까지 끝났기 때문이다. 2020년 의사 파업 때는 의대생들이 하반기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에 맞선 바 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진·의대생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2020년과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료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었기에 정부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의대를 보유한 한 대학 총장은 “총장 입장에선 의료인을 더 많이 교육시켜서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다. 지금 학생들이 자퇴서를 들고 온다고 해도 위기로 느끼지 않고 학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내년에 증원돼 입학하는 2000명의 의대생들이 과연 의료계를 지키겠다며 동맹휴학하고자 했던 현 의대 선배들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염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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